▲ 2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분수대 광장으로 이동하던 알바노조 회원들이 노조 조끼와 음향기기의 출력을 문제삼은 경찰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월말에 굶고 싶지 않다.” “시급하다, 시급 1만원.”

26일 오전 청와대 앞. 한 무리의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시급만원운동본부가 개최한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만원캠핑’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목소리다.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박5일 캠핑에 들어갔다. 애초 이들은 청와대 앞 캠핑을 기획했지만 집회가 불허된 장소여서 캠핑장소를 옮겼다. 대신 청와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시급만원운동본부에는 알바노조·노동당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알바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다”며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도, 아플 때 제때 병원에 갈 수 있는 권리도, 곰팡이 피지 않고 햇볕 드는 집에 살 권리도 최저임금 1만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기원 노조 대변인은 “최저임금 1만원을 2013년부터 이야기했는데 6천470원에 머물러 있다”며 “최저임금 1만원을 미루는 것은 노예해방이나 여성 참정권 같은 문제를 2018년이 아니라 2020년에 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구교현 평등노동자회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은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중소 상공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1만원을 주고 노동자를 쓸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요구가 최저임금 1만원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구 사무처장은 “중소 상공인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줄 수 있으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본사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 불공정계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왜 최저임금 1만원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청와대 정문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위반된다며 해산명령을 내렸다. 노조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했을 뿐 집회를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퍼포먼스를 중단하고 1인 시위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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