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출범한 남아공의 대표적 노총인 남아공노동조합회의(COSATU, 코사투)가 마침내 분열했다. 코사투로부터 제명당한 남아공금속노조(NUMSA)가 주축이 돼 올해 4월 별도 노총인 남아공노동조합연맹(SAFTU, 남아공노련)이 출범한 것이다.

분열의 주된 원인은 94년 민주화 이후 23년 동안 집권하고 있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의 집권동맹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를 둘러싼 입장차였다. 코사투 안에서 남아공금속노조는 ANC 정부가 노동자계급 해방이라는 혁명의 대의를 배신했기에 새로운 노동자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했다. 하지만 코사투 안을 들여다보면 정파들의 권력 다툼과 관료주의 만연, 부패 확산이 분열의 다른 이유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새로 출범한 남아공노련의 조직 규모는 24개 노조에 조합원 70만명으로 추정된다. 조합원의 절반은 남아공금속노조에 속해 있어 조직적 안정성이 취약하다. 남아공노련은 노사정위원회인 전국경제발전노동위원회(NEDLAC)에 참여한다는 결정을 내렸고(대표 파견 자격은 조합원 30만명), 국제노총(ITUC) 가입도 결의했다. 노사정위원회에는 최대 노총인 코사투 말고도 조합원 70만명의 남아공조합연맹(FEDUSA), 조합원 40만명의 전국노동조합협의회(NACTU)가 이미 참여하고 있다.

제4 노총인 남아공노련 출현은 분열이 심화하는 남아공 노동운동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분열 전 조합원 180만명을 둔 코사투에는 금속노조를 포함해 22개 산별노조가 속해 있었는데, 금속노조와 식품노조가 떨어져 나가 남아공노련에 합류했다. 백인 노조운동에 역사적 기원을 둔 남아공조합연맹은 23개 노조, 흑인 노조운동에 기원을 둔 전국노동조합협의회는 21개 노조를 두고 있다. 지난해 2월 현재 노동부에 등록된 노조가 182개나 된다. 등록 대기 중인 노조도 400개에 이른다. 기업별노조가 예외적인 남아공에서 초기업별 수준의 노조만 600개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노동운동 분열과 노동조합 난립은 당연히 단체교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조합원 23만명을 둔 공공서비스협회가 남아공조합연맹에 재가입함으로써 지난 20년간 공공부문 교섭에서 주도권을 행사해 온 코사투 산하 공공노조들의 교섭력이 흔들리고 있다. 금속산업 교섭에서도 금속노조의 제명으로 코사투는 최대 교섭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교섭에서 코사투를 중심으로 한 집중력이 점차 해체되면서 결과적으로 초기업 수준에서 노동조합 교섭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사투 내부 역시 잠잠할 날이 없다. 금속노조 제명 이후 코사투 산하 조직 중에서 최대 노조가 된 교육보건연합노조(NEHAWU)는 지도부 선거를 둘러싸고 내홍에 빠져 있다. 운수노조는 재정 문제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제명당한 금속노조에 우호적인 6개 노조는 코사투에 의무금을 내지 않아 권리정지 상태다. 코사투 산하 민간부문 노조 중 조합원이 늘어난 곳은 통신노조뿐이다. 다른 노조들은 규모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비조합원과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문제와 더불어 조합원과 노조 지도부의 소득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지도부가 관료주의를 넘어 특권계층화된 상황은 코사투 중앙위원회에서 사무총장이 내뱉은 “돈이 노조를 죽이는 암덩어리”라는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가운데 집권 여당인 ANC와 코사투의 동맹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코사투는 부패 추문과 집권능력 부족으로 비판받고 있는 남아공 대통령이자 ANC 의장인 제이콥 주마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대신 코사투는 ANC 부의장인 시릴 라마포사를 차기 ANC 의장이자 남아공 대통령으로 밀고 있다. 라마포사는 광산노조(NUM) 사무처장을 지냈다. 85년 코사투 출범을 주도한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91년 ANC 사무총장으로 남아공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사업가로 변신해 맥도날드 등 국내외 기업 경영진으로 부를 축적하다 2007년 ANC 전국집행위원회 위원에 당선돼 정계로 복귀했다.

94년 민주화 이후 23년이나 지속돼 온 집권 삼자동맹의 주축인 ANC-남아공공산당-코사투 3개 조직 모두 통합력과 응집력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남아공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에서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 가는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남아공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코사투는 분열·약화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제4 노총인 남아공노련의 출범도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자기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과거에 발목 잡힌 자기만족(complacency)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운동의 미래를 보는 듯해 씁쓸하다. 남아공 노동운동의 분열과 혼란은 노동운동의 최고 가치인 단결과 통합의 중요성을 한국 노동운동에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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