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과 일자리위원회가 첫 만남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노동계에 속도조절을 요구하자, 민주노총이 "정부가 당장할 수 있는 것들은 미루지 말고 하라"고 맞받았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에서 열린 민주노총과의 일자리 정책간담회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며 "정부에 대한 노동계 요구가 많을 테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으니 민주노총이 긴 호흡을 가지고 도와 달라"고 말했다.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 일자리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연이은 정부의 속도조절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달 21일 열린 일자리위 1차 회의에서 노동계에 "적어도 1년은 지켜봐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정책 추진방향이 (노동계 생각과)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노동조합이 할 일이 있다"며 "기다려 달라는 말보다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미루지 말고 추진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주간 노동시간 상한을 68시간으로 해석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폐기 △노동시간단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접수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꼽았다.

최 직무대행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가능하다"며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더 빠른 속도로 노동적폐 청산과 개혁과제를 추진하도록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일자리위에 "노동계 요구와 목소리를 존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직무대행은 "일자리위가 정부 주도 정책기구여서 소수에 불과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 우려가 적지 않다"며 "위원회 운영과 의제설정, 회의 진행방식,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설치 등 운영세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노동계 요구를 적극 반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이용섭 부위원장은 "불신을 해소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매주 1회 실무위원회를 열고 노동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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