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類似), 서로 비슷하다는 뜻의 단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비슷하지만 본질은 아닌 것을 유사라고 말한다.

최근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갈등인 것 같지만 별로 갈등이 아닌 유사갈등, 역사학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유사역사학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유사품에 주의하라'는 제품 광고문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만나 왔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유사언론이 활개를 친다. 언론이라고 스스로 주장하지만 사실은 언론이 아닌 어느 회사, 모처럼 불어오는 노동계와 정부의 훈풍이 마뜩지 않아 어떻게든 딴죽 걸고 싶어 하는 유사언론이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21과 22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언론이라 부를 수 없다면 기사·사설이라 할 수도 없지만 편의상 그렇게 칭하자). 21일 열린 일자리위원회와 한국노총의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광경을 보고 듣지 못한 소리를 듣는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첫 만남부터 ‘호통’을 치며 따져 묻고 채권추심에 나선 채권자였으며 생태계 먹이사슬 중 최상위 포식자였고 궁지에 몰린 경영계는 애처로운 피식자였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한탄을 한다. ‘정녕 이 나라는 노조공화국으로 가는 것인가, 쿠오바디스!’

다른 이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느끼는 이들의 감각을 반박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없는 일이다. 한국경제라는 회사가 언론이 아님을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익히 알아 왔기 때문이다.

2007년 부당해고 이후 10년 넘게 싸움을 하고 있는 콜트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만든 것이 바로 유사언론이다. 한국경제는 2008년 7월27일 ‘7년째 파업 투쟁가만 불러 대더니’라는 기사를 썼고, 12월10일 반론보도문을 실었다.

그리고 6년 뒤인 2014년 한국경제는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다시 내보냈고 2015년 10월에 법원 판결에 의해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두 기사 모두 같은 기자가 썼다는 것이다. 이게 다른, 아니 진짜 언론사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하기야 불법사찰 증거인멸 혐의로 실형을 받은 자를 칼럼니스트로 모셔와 노동계 파업을 ‘합법적으로 포장한 대정부 투쟁’이라고 호도하는 회사이니 무엇을 못하겠는가.

물론 한국경제의 태생을 살펴보면 이러한 행태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국경제의 최대 주주는 현대자동차이며, LG·SK텔레콤·제일모직 등 전경련 회원사들이 주요 주주이며, 이들을 포함해 190여개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전경련 패싱’을 자초한 관제데모 뒷돈의 떡고물 명단에도 이 회사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경련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38개 보수우익단체와 개인에게 지원한 25억여원 가운데 한국경제는 6천만원을 받았다.

자금줄인 전경련이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돈 받고 쉽게 홍보기사를 쓰던 지난 10년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듯하니 현재 상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아닐지 의심해 볼 만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경제가 ‘노조공화국’이 도래할까 불안하다면 이 말을 전해 주고자 한다.

“노동은 자본에 선행하며 독립적이다. 자본은 노동의 아들이며, 노동 없이는 애초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노동은 자본보다 우위이며, 더 우대받을 자격이 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그러니 자본의 대변인 한국경제여, 링컨에 따르면 ‘내(노동)가 네 애비다.’ 솔직히 끔찍스럽지만.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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