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아침 8시쯤 경남 양산 ㄱ아파트에서 발생한 아파트 도색작업 중 노동자 추락사망 사건은 4~5일이 지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처음엔 도색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조사를 하다가, 조사 과정에서 ㄱ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고의로 밧줄을 끊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양산이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현재까지 이 사건을 다루는 대부분의 언론보도 내용과 주변의 여러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무엇을 짚었으면 하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가 직시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아파트 도색작업 과정에서 사업주가 얼마나 제대로 작업자 안전보호조치를 했는지다. 실제 가해자인 주민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가해자가 옥상에 올라가 쉽게 밧줄을 끊을 수 있었던 작업현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옥상에 ‘작업 중’이라는 팻말이 있고, 작업현장을 지키는 안전요원이 있었다면 작업 도중에 외부인이 와서 밧줄을 끊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옥상에 작업 알림판과 안전요원이 있어도 아파트 도색작업 자체가 워낙 위험한 작업이기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추락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을 할 경우에는 추락사고를 대비하는 안전망을 설치하고 안전대를 착용한 뒤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보도된 언론내용을 살펴보면 작업자를 위한 안전시설과 업체의 안전보호조치에 대한 보도를 확인하기 어렵다. 모든 사고의 원인을 가해 주민에게로 집중한 채 직업과 정신질환병력·개인성향 등 개인 문제로 귀결할 뿐 실제로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보호조치 내용은 다루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결과를 놓고 본다면 그러한 안전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우리는 가해자의 분노가 필연적으로 사망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직시해야 한다. 사건의 모든 책임이 또 다른 가해자에게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

지난해 통계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 업무상사고 사망자가 499명이고, 그중 추락사망자가 절반을 웃도는 281명(56%)이라고 한다. 이 통계수치는 매일 1.5명의 건설노동자가 일하는 작업현장에서 사망하고, 그중 0.76명의 노동자가 추락사고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양산 ㄱ아파트 추락사망사고는 어쩌면 언론에서조차 보도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죽어 간 많은 산재사망사건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이라는 또 다른 가해자가 있다는 사실이 조명되기 전까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언론이 사건에 집중하는 이유가 끔찍한 가해자의 존재라면, 그동안 많은 건설업체 사업주나 노동현장 사업주들이 산재사망 노동자에게 자행한 기업 살인의 끔찍한 모습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만약 매번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가 이렇게 집중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 내고, 사망사고를 재현해 내고, 사업주 책임을 제대로 묻는다면 매년 1천8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사망하는 끔찍한 현실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게 된 노동자의 애통한 죽음과 가장을 잃은 가족의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국민이 가족 생계를 위해 모금을 추진 중이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사망사건을 통해 직시해야 할 사실을 제대로 못 보고, 제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애통한 죽음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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