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노동자들이 감사의 권력남용 의혹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 원자력의학원지부(지부장 강창곤)는 18일 “감사 이아무개씨가 결재권한을 변경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감사 퇴진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감사는 취임 뒤 감사 결재권한을 ‘협조’에서 ‘검토’로 변경했다. 지부는 결재권한 변경 뒤 부장 이상, 원자력의학원장까지 감사 결재 없이 사업을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감사가 의료장비 구입 결재를 반려해 장비 투입이 1년여 늦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강창곤 지부장은 “이 감사가 결재권한을 변경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하고 본인 입맛에 따라 회사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며 “검사장비 구입 결재를 반려해 진료수입에 막대한 피해를 빚었다”고 비판했다. 강 지부장은 “이 감사가 의료장비인 복강경 구입을 요청하는 의사에게 ‘우리 같은 공공병원에서 좋은 복강경을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병원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간호인력 충원을 지연시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 감사가 감사업무와 관계없는 해외파견에 연구비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감사는 지난해 10월30일부터 11월6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에 참석했다. 지부는 “감사업무와 연관 없는 해외파견”이라며 “원자력의학원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감시하는 감사가 본연의 업무를 외면한 채 의학원을 경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원자력의학원 감사실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결재와 관련해서도 법령 위반 부분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일 뿐 경영 판단사항에 대해서는 의견만 달아 기관장 판단으로 넘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장비의 경우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다소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시범병동을 정해 운영해 보자는 의견을 냈고, 해외출장은 IAEA가 발주한 사업 신청을 위해 관련 부서에서 오스트리아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감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학원 위상 제고를 위한 출장인데 감사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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