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고 설거지하고 뒤돌아서면 밥 차릴 시간이라던 늙은 엄마의 말은 진짜였다. 치운다고 치워도 집구석은 더러웠는데, 그런 건 꼭 정신없는 아침 출근시간이면 눈에 밟혔다. 지근지근 발에 밟혔다. 먹이고 씻기고 입혀 겨우 나설라치면 다른 옷 입겠다고 우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할 여유가 그 아침엔 없어 목소리가 자주 높았다. 어린이집 가는 짧은 길은 하염없이 길었다. 온갖 풀과 벌레가 그의 친구였고, 바닥에 반짝이던 온갖 쓰레기와 알록달록 화려한 일수 급전 명함이 흥미로운 놀잇감이었다. 하원 시각은 후딱이었다. 혹시 늦을까 봐 가슴 졸이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별 수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 집 들머리 작은 선술집에 둘러앉은 사람들 모습이 그림 같았다.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늦은 끼니를 때웠다. 잔뜩 쌓인 빨래는 하루 더 미뤘다. 고양이 똥을 치웠다. 더 이상 슬퍼지려 하기 전에 쿨하게 말해 달라고, 내내 바쁜 아내가 말했다. 돌봄노동을 알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일단은 내가 맡아 하리, 호기롭게 말했으나 기댈 곳 없는 나는 아이 잠든 침대에 기대어 스마트폰 들고 종종 슬펐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가사노동자들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모습을 무겁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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