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4-23 맡아 하리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맡아 하리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7.06.16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밥 짓고 설거지하고 뒤돌아서면 밥 차릴 시간이라던 늙은 엄마의 말은 진짜였다. 치운다고 치워도 집구석은 더러웠는데, 그런 건 꼭 정신없는 아침 출근시간이면 눈에 밟혔다. 지근지근 발에 밟혔다. 먹이고 씻기고 입혀 겨우 나설라치면 다른 옷 입겠다고 우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할 여유가 그 아침엔 없어 목소리가 자주 높았다. 어린이집 가는 짧은 길은 하염없이 길었다. 온갖 풀과 벌레가 그의 친구였고, 바닥에 반짝이던 온갖 쓰레기와 알록달록 화려한 일수 급전 명함이 흥미로운 놀잇감이었다. 하원 시각은 후딱이었다. 혹시 늦을까 봐 가슴 졸이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별 수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 집 들머리 작은 선술집에 둘러앉은 사람들 모습이 그림 같았다.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늦은 끼니를 때웠다. 잔뜩 쌓인 빨래는 하루 더 미뤘다. 고양이 똥을 치웠다. 더 이상 슬퍼지려 하기 전에 쿨하게 말해 달라고, 내내 바쁜 아내가 말했다. 돌봄노동을 알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일단은 내가 맡아 하리, 호기롭게 말했으나 기댈 곳 없는 나는 아이 잠든 침대에 기대어 스마트폰 들고 종종 슬펐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가사노동자들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모습을 무겁게 살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밥 짓고 설거지하고 뒤돌아서면 밥 차릴 시간이라던 늙은 엄마의 말은 진짜였다. 치운다고 치워도 집구석은 더러웠는데, 그런 건 꼭 정신없는 아침 출근시간이면 눈에 밟혔다. 지근지근 발에 밟혔다. 먹이고 씻기고 입혀 겨우 나설라치면 다른 옷 입겠다고 우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할 여유가 그 아침엔 없어 목소리가 자주 높았다. 어린이집 가는 짧은 길은 하염없이 길었다. 온갖 풀과 벌레가 그의 친구였고, 바닥에 반짝이던 온갖 쓰레기와 알록달록 화려한 일수 급전 명함이 흥미로운 놀잇감이었다. 하원 시각은 후딱이었다. 혹시 늦을까 봐 가슴 졸이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별 수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 집 들머리 작은 선술집에 둘러앉은 사람들 모습이 그림 같았다.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늦은 끼니를 때웠다. 잔뜩 쌓인 빨래는 하루 더 미뤘다. 고양이 똥을 치웠다. 더 이상 슬퍼지려 하기 전에 쿨하게 말해 달라고, 내내 바쁜 아내가 말했다. 돌봄노동을 알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일단은 내가 맡아 하리, 호기롭게 말했으나 기댈 곳 없는 나는 아이 잠든 침대에 기대어 스마트폰 들고 종종 슬펐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가사노동자들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모습을 무겁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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