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한국도로공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입사원이나 10년을 일한 사람이나 급여는 같다. 야간근무를 하는 날이 월평균 4~6일이다. 설날·추석 같은 명절이나 여름휴가는 이들에게 사치다. 명절에 늘어난 차량 탓에 몸만 힘들다. 그렇게 3교대를 하면서 받는 월급은 150만원 남짓. 야간근무를 하지 않으면 150만원은 꿈도 못 꾼다.

톨켸이트 노동자들은 '끔찍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3월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2년 뒤 사장이 바뀌면서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회계감사의 계약이 해지됐다.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까지 이겼는데도 원직복직을 하지 못했다”며 “도로공사가 지금도 연 1~2회 감원을 통보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외주업체 일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충을 토로했다. 14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 노동현장적폐 기획증언대회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속풀이'에서다.

이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직접고용된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노동강도는 훨씬 세고 임금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빈번하고 사업주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데, 이를 극복하려고 노조를 만들면 여러 이유를 대며 집단해고를 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증언대회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공공부문간접고용노동자대책협의회(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침 따로 임금 따로=서울의 한 자원회수시설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소각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정부 지침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지침인 소각시설운영비 산출지침을 보면 자원회수시설(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건비는 매년 엔지니어링협회에서 발표하는 엔지니어링 기술자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침을 근거로 서울시내 4개 자원회수시설 운영원가를 계산해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해당 지침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일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았다면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다”며 “위탁업체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폭언·폭행에 비인간적 처우”=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폭언·폭행·차별과 비인간적 처우를 하는 사용자와 관리인을 성토했다.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 일한다는 노동자 A씨는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서 관리자가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이유로 근무 중인 조합원을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며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되레 불이익을 주고, 사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는 “선별 컨베이어벨트가 도는 시간에는 화장실에 못 가게 하는 사업장도 있다”며 “소장 눈치가 보여 작업장 한쪽 구석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여성노동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충북지역 지자체 하수처리장에서 일하는 ㅈ씨는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 상황을 고발했다. ㅈ씨는 “분뇨를 접하는 작업자들에게 작업복 상의만 지급하고, 휴가는 현장관리자 기분에 따라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가 지급하는 건강검진비를 업체가 떼어먹는다”며 “취업규칙도 보여 주지 않고 근로계약서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훈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민간위탁으로 발생하는 예산낭비액으로 최소 7천200명을 신규채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국장은 “민간위탁을 했을 때 발생하는 예산낭비액이 3천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이날 증언대회를 마치고 국민인수위원회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와 직접고용 요구를 담은 자료집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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