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학생들이 맘대로 그만두는 걸 못하더라고요. 왜 그러냐면 일단 한 번 실습을 나가면 학교에서는 더 이상의 중개를 해 주지 않거든요. 갑(기업)-을(학생)-병(학교)에서 병이 빠지면 을 혼자 갑을 상대해야 해요. 학교 도움이 없으면 혼자 현장실습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그나마 그런 개인 취업도 기말고사가 끝나야 나갈 수 있습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수정 공인노무사가 소개한 현장실습생 상담사례다. 이 노무사는 끝없이 죽거나 다치는 현장실습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취업률’이 아닌 ‘학생’을 중심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교로 유턴하면 징계 기다려"

이수정 노무사는 현장실습 제도가 학생이 아니라 ‘어른’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산업 현장에 학생들이 현장실습생으로 파견되면 학교는 이들을 졸업자 취업률 통계를 올리는 데 쓴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장 실습생은 싼값에 부릴 수 있는 노동자다. 이 노무사는 “이렇게 잡힌 취업률 통계는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학교 홍보를 위해, 누군가의 승진을 위해 기능한다”며 “산업체는 현장실습 제도를 학생들을 몇 달씩 저렴한 비용으로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여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 현장실습 제도 운영은 비극을 낳기도 한다. 올해 1월 전북 전주에 있는 LG유플러스 협력업체에서 전화상담 업무를 하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고 홍수연양의 전공은 애완동물과였다.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인 LB휴넷에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다 이날에서야 사과했다.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경과·교섭 결과 보고회'에 참석해 "협력사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부당한 일이 겪으면 현장실습 중이라도 두려움 없이 학교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부 학교는 복귀자가 다시 현장실습을 나갈 때까지 징계하거나 벌을 세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공 관련 현장실습 정보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충족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학생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주저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영주체를 분명히 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현장실습 운영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교육부는 운영 책임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하고, 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야 하기에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고 한다”며 “이런 책임 떠넘기기로는 현재와 같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파견 현장실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장실습 의무규정 삭제해야"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희 변호사(전교조 법률팀)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에게 적용되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의 산업체 현장실습 의무 규정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산업체에 파견형 현장실습을 중단시키는 것을 막고 있다”며 “의무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종현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현행 근로기준법만 모두 칼같이 지킨다고 하더라도 현재 현장실습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를 포함해 기존에 나온 방안들부터 철저하게 수행할 명확한 책임주체가 필요하고 청소년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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