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비용(기성금)을 전년보다 3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금 삭감에 따른 하청노동자 대량해고가 우려된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12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와 하청노동자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일방적 기성금 삭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소 하청업체들은 사실상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하다. 원청에게 받는 기성금 대부분을 하청노동자 인건비로 쓴다. 기성금이 삭감되면 임금체불이 발생하거나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하청업체들에게 전년의 70% 수준으로 기성금을 지급하겠다고 통고했다.

일부 하청업체들은 기성금 수령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단체행동 수단이 많지 않은 하청업체들이 기성금 수령거부 후 임금 미지급 사태를 발생시키면서까지 이 사태를 외부에 알리려는 것 같다"며 "하청노동자 사이에서도 임금이 다소 체불되더라도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성금이 삭감되면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 깎이거나 체불되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작업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며 "인건비 쥐어짜기 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 했던 과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현대중공업 기성금 삭감을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소 원청에 의한 일방적 기성금 삭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12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S기업 대표 서아무개(사망당시 62세)씨는 "기성을 떼이니 임금 지급일자가 지겹다. 벌어 놓은 돈은 없고 3년 넘게 적자를 보고…"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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