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씨가 한국마사회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1일 현재 16일째인데도 유족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의 변형된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 죽음의 경마를 멈출 수 있는 적기”라며 “개인마주제 전환 이후 마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검토하고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포함해 고용구조 적폐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필관리사는 1993년 개인마주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마사회 소속 기능직 직원이었다. 개인마주제 시행 이후 개인마주가 조교사와 마필위탁계약을 맺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마사회는 면허인가권과 고용승인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필관리사와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맺지 않는다.

조이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경마를 통해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주체는 마사회이고 다단계 착취구조에 따른 문제해결 주체 역시 마사회”라며 “마사회는 권한이 없다는 말 대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2011년 구조적 문제로 마필관리사가 자결한 뒤 마사회가 6년간 문제를 방치하다 결국 또 다른 마필관리사의 죽음을 불러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고 박용석씨는 2011년 11월 부당한 마필관리사 처우와 불투명한 임금구조 문제, 마사회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고용안정도 안 되고 매일 언제 잘리나 노심초사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참으로 불쌍하다”며 “작은 목숨 하나하나 바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유서를 남겼다. 당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탓에 또다시 죽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날 마사회 본부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노조는 요구안을 전달하고 마사회장 면담을 요구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20년 넘게 시행한 구조를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현재 실태를 파악하는 중이며 노조와 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와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는 10일 부산경남경마공원과 제주경마공원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마사회에 마필관리사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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