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종 일자리 질이 악화하고 있다. 정규직이 대폭 줄고, 빈자리를 비정규직이 채우고 있다. 회사가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동자들의 퇴사를 유도한 뒤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규직 비중 갈수록 높아져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업계 임직원은 3만5천824명으로 2012년 1분기(4만2천317명)보다 15.3%(6천493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6천893명에서 7천875명으로 982명 증가했다. 정규직은 3만3천997명에서 2만6천324명으로 7천563명 줄었다.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면서 전체 임직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임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13년 1분기 16.3%에서 올해 1분기 22%로 5.7%포인트 증가했다. 정규직이 줄어든 자리에 비정규직이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메리츠증권 비정규직 비중 68.3%

대표적인 회사가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의 1분기 기준 정규직은 473명이지만 비정규직은 1천19명이나 된다. 전체 직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8.3%다. 노동계 관계자는 “3~4년 전 메리츠증권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었는데 사측의 전방위적인 탈퇴 압박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상황”이라며 “회사가 정규직 영업사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이들을 3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저성과자들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증권업종 성과주의가 결합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HMC투자증권·NH투자증권·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들 증권사는 ODS(out door sales)부서에 자체 평가한 저성과자를 발령했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ODS를 활용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저성과자에게 C등급을 매겨 임금의 70%를 삭감한 동부증권에서도 노동자들이 회사에 등을 돌렸다.

"주가 상승에도 사회적 책임 방기"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증권사들이 주가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인건비 감축으로 주주이익 극대화만 추구하고 있다”며 “해고조차 비용을 아끼려고 모욕을 주고, 괴롭히는 방식으로 퇴직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증권사들이 비정규직 위주로 영업을 할 경우 위험투자 권유 등으로 소비자 이익과 산업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해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고용을 지키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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