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익 도시철도ENG자회사노조 사무처장

5월31일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서울교통공사로 태어났다. 공사는 ‘안전한 도시철도,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모토로 삼았다. 김태호 공사 사장은 “공사의 모든 자원과 인프라는 안전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최적화돼 있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네 번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직영화를 위한 힘겨운 투쟁을 계속해 왔던 도시철도ENG 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좀 이상한 얘기도 들린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 방식’이 직영화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는 것이다. 도시철도ENG는 도시철도공사의 자회사다. 그곳의 현실을 알고나 하는 얘기인가.

도시철도ENG는 도시철도공사와 매년 업무위탁 용역계약을 맺는다. 용역회사라는 얘기다. 도시철도ENG 노동자는 자회사라는 허울 좋은 용역회사에 간접고용된 무늬만 정규직 직원이다. 도시철도ENG는 소위 ‘경영효율화’ 명목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최소 인원과 최저 인건비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도시철도ENG 5년차 노동자의 월 수령액은 휴일근무를 하지 않으면 채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명절 수당도 없고, 군 호봉도 인정되지 않으며, 복지포인트도 없다. 부양가족이 있는 노동자는 외벌이로는 생계가 불가능하다. 근속연수에 따라 꾸준히 임금이 상승하는 모회사와 달리 신입직원이나 10년이 다 된 직원이나 급여에 별반 차이가 없다. 희망이 없는 직장이다. 이런 자회사를 만드는 게 정규직화 방법이라는 건가.

비용절감을 위한 최소 인원 설계는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기형적인 근무형태를 만들어 냈다. 변형근무 시간대인 평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각 기술단 근무자가 단 한 명이다. 2인1조가 기본이 되는 기술업무에 2인1조 자체가 불가능한 시간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오후 10시 이후부터 아침까지는 아예 근무자가 없다.

ENG의 업무는 크게 점검과 보수로 나뉜다.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시시각각 들어오는 고장신고를 처리하다 보면 사고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점검업무조차 할 시간이 없다. 열차 운행이 끝나고 고장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야간시간에 점검해야 하는데, 야간에는 근무자가 없다. 야간 근무자를 배치하려면 교대근무로 근무형태를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비용절감을 하려는 자회사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시민들은 이런 위험한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지하철 기술업무 중 안전업무 아닌 것이 있나. 하지만 정책 결정권자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직후에는 전동차정비와 궤도보수 분야만 안전업무라며 분리해서 직영화했고, 두 공사 통합 과정에서는 역사 소방설비·전기·환기·냉방업무만 또다시 분리해서 직영화하려고 했다.

지하철의 여러 설비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지하철 역사에 화재가 발생하면, 경보가 울리고 안내방송이 송출되며 소화설비가 작동한다. 환기설비는 제연설비(화재 때 유독가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설비)로 전환돼 연기를 배출한다. 운행 중이던 승강기는 피난층으로 올라가서 멈추며, 전동차는 화재가 발생한 역사에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한다.

만약 급수설비가 고장 나서 소화용수가 공급이 안 된다면? 환기설비가 고장 나서 연기를 배출하지 못하고, 피난층으로 가야 할 승강기가 거꾸로 화재가 난 지하층으로 내려간다면? 그런데도 위생급수 설비, 승강기설비 정비업무는 안전업무가 아니다. 통합관제시설을 보호해야 하는 청사의 시설관리업무도 안전업무가 아니며, 법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는 차량기지 시설관리업무도 서울시 기준에서는 안전업무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직영화 대상에서 배제됐다.

정규직화 방법으로 사실상 외주용역인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발상도, 연계된 기술업무 중 일부만 분리해서 직영화하겠다는 정책도 모두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큰 사회적 흐름에서 서울지하철 외주업무 직영화가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 새 정부의 의지와 서울시의 인식 전환으로 제대로 된 직영화 결과물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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