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지점 80% 폐쇄 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기간에 집단적으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객수 역시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7일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7천45명의 고객이 은행과의 거래를 해지했다. 4월에는 1천752명이 거래를 해지해 두 달 사이 무려 8천725명이 은행을 빠져나갔다.

이탈 예금 규모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4월에는 1천427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 5월 3천40억원을 더하면 두 달간 4천467억원이 은행을 이탈했다. 씨티은행은 올해 3월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했다. 자산관리와 비대면 채널 강화를 위해 전국 126개 영업점 중 101곳을 폐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동안 씨티은행은 “금융거래의 95% 이상이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한다”며 영업점 축소가 고객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부의 주장을 일축해 왔다.

지부는 지난달 고객 이탈이 급증한 것이 회사가 같은달 16~17일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해당 문자메시지로 고객들에게 폐점 계획을 예고하며, 보다 접근이 용이한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을 강화하겠다고 안내했다.

지부는 “문자메시지가 고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해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이탈이 가속화한 것”이라며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이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파다하게 퍼졌다”고 전했다.

씨티은행은 지점 폐쇄 작업을 조만간 착수해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지부 관계자는 “고객과 예금금액에서 마이너스가 발생한 것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며 “이미 많은 고객과 자금이 이탈된 상황에서 점포 폐쇄가 단행되면 고객 대부분이 이탈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수시입출금예금과 정기예금 잔액의 경우 2016년 말 기준 11조6천억원에서 2017년 5월 말 기준 11조8천억원으로 상승했다”며 “5천만원 이상 예치고객은 변화가 없으며 이하 고객의 경우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점 통폐합 영향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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