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재
서울지하철노조 대의원
(서울교통공사
PSD 안전업무직)

5월31일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서울교통공사로 태어났다. 공사는 ‘안전한 도시철도,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모토로 삼았다. 김태호 공사 사장은 “공사의 모든 자원과 인프라는 안전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최적화돼 있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네 번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업무직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켜라!” 구의역 참사 1주기 추모제가 진행되던 지난달 27일, 김군의 동료들은 "정규직 전환"을 외쳤다.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업무직은 정규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들 업무직은 무기계약직에 불과하다.

무기계약직이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정 이후 생겨난 변종 비정규직이듯, 서울교통공사 업무직 현실 또한 다르지 않다. 현재 업무직들은 서울교통공사 인사규정상 ‘업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둘 수 있는 ‘직원 외’ 신분에 해당한다. 취업규칙도, 보수규정도 따로 적용받는다. 이로 인해 갖가지 차별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임금이다. 높은 호봉에서는 기본급에서만 매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수당에서도 차별이 있다. 예를 들어 동종의 업무를 하는데도 업무직은 기본임금의 7.64%를 적용받는 반면 정규직은 17.07%를 적용받는 식이다.

각종 제도의 차별적용도 문제다. 정규직들은 4조2교대를 시범실시 중이지만, 업무직들은 여전히 3조2교대 근무를 기약 없이 하고 있다. 경력 적용도 마찬가지다. 정규직들은 30인 이상 일반 사업체에 근무할 경우 50%의 경력을 인정받지만 업무직은 이를 전혀 적용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기회 박탈이 문제다. 정규직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7급부터 1급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레 진급이 이뤄진다.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물론 관리직(관리소장 등)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업무직은 승진도, 승급도 할 수 없다. 업무직과 업무직을 관리하는 정규직이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라시대 골품제처럼 업무직은 아무리 잘해도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에 부딪친다.

서울교통공사는 출범하면서 ‘지하철 안전운행과 작업자 안전’을 목표로 꼽았다. 작업자가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고 본인 처지에 대한 근심이 많다면, 자신의 안전은 물론이고 시민의 안전을 챙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한 지하철, 그리고 작업자 안전의 첫 출발은 단언컨대 안정적인 신분, 즉 ‘정규직 전환’이다.

이런 까닭에 업무직들은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를 결성해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과 구의역 1주기 추모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안전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군의 동료들에게 “업무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어느 때보다 정규직 전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바로 총액인건비제다. 현행 제도에서 인력이 정원을 초과하면 재정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부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차별이 존재하는 무기계약직 혹은 하청과 다를 바 없는 ‘자회사 정규직’ 같은 꼼수가 난무한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고 할 수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관에는 페널티가 아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적극 권장돼야 한다. 말 그대로 ‘차별 없는 온전한 형태의 정규직’이 되는 비정규직 제로시대가 열려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