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에서 8년째 영어회화전문강사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오는 8월에 시험을 쳐야 일을 계속할 수 있다. 2009년과 2013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시험이다.

이씨가 또다시 시험을 쳐야 하는 이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2조5항 때문이다. 시행령은 “영어회화전문강사를 기간을 정해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씨는 “같은 시험을 세 번씩 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영어회화전문강사는 평생 비정규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여름, 이씨처럼 근무기간이 4년을 지나 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 전문강사는 300여명, 겨울에는 1천500여명에 이른다. 지난 두 번의 시험에서 합격했다고 해서 또다시 붙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높아진 실업률 탓에 한 학교에서 경쟁률은 20대 1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동산 노조 정책국장은 “비정규직 관련 법률에서 정한 기간제 사용기간 2년을 회피하기 위해서 4년으로 사용기간을 정한 것은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어회화전문강사는 2013년 4월 6천25명에서 2016년 4월 3천71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교육당국은 수업시수 부족, 학급수 부족 등이 인원감축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공교육 현장에서 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8년 넘게 헌신적으로 지도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영어회화전문강사가 축소되면 결국 아이들이 피해를 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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