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은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늘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조건이 취약한 일자리 질을 개선할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자리 양을 우선했던 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양과 질의 동시 향상을 꾀해야 노동시장에 양극화 해소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서비스업, 일자리 양보다 질이 중요

정부는 지난 5일 11조원을 투여해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11만개를 창출하는 추경안을 발표했다. 전체 예산 중 4조2천억원을 직접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다. 소방·경찰·근로감독관 등 안전·민생 관련 공무원 1만2천명을 추가 채용한다. 또 보육·보건·요양·사회복지 일자리 2만4천개와 노인일자리 3만개를 포함해 사회서비스업 분야에서 5만9천개 일자리를 확충한다.

민간일자리 1만5천개와 창업 지원 등에 따른 간접일자리 창출 효과(2만4천개)를 합치면 모두 11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업 분야는 일자리 창출보다는 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종사자들의 처우가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해 일자리 이동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서비스 질 악화로 이어진다.

추경에서 1천명 증원 예산이 편성된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돌보면서 오랜 시간 일하고 중증장애인 목욕 같은 고된 노동도 담당하지만 시간당 임금은 6천930원(수가 기준 9천240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6천47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쥐꼬리만 한 수입 탓에 '투잡'을 하는 활동보조인이 부지기수다. 충북에서는 올해 초 활동보조인이 과로로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인돌봄서비스와 가사·간병지원서비스 수가 역시 모두 시간당 9천800원에 불과하다. 서비스 위탁업체들은 보통 수가의 25% 정도를 뗀 나머지를 종사자 임금으로 지급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3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에 장애인 활동보조인·노인돌봄 등 사회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고령자·장애인을 포함한 돌봄노동 수요가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정부 서비스 확대와 종사자수 증가가 필요한 실정”이라면서도 “낮은 처우가 사회서비스 종사를 기피하게 하고 서비스 질을 낮추고 있는 만큼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서비스업 노동자는 대부분 시간제나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돌봄·간병지원을 포함한 요양보호사는 양성된 인력이 133만명에 이르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31만3천명에 불과하다. 일자리 양 확대보다는 △적정임금 확보 △노동조건 개선 △고용안정 보장 같은 질 향상이 필요한 이유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양을 중심으로 일자리 문제를 고민할 경우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서비스업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런 인식들이 널리 퍼져야 고용도 함께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여성·노인 일자리 창출은 긍정적

다만 정부가 밝힌 추경안은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이나 사회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여성·노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공익활동에 종사하는 노인일자리를 30만7천개에서 33만7천개로 3만개 확대하고 공익활동 수당을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5만원 늘려 노인빈곤율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일자리인 공무원을 1만2천명 증원하는 것도 청년실업 해소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통과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공무원 증원은 계속적으로 정부 예산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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