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휘휘 흔들어 시동 건다. 무릎 슬슬 구부려 박자 맞춘다. 한순간 잔뜩 웅크렸다가 펄쩍 뛰어 봤는데 영 맘 같지가 않다. 응원 부족 탓인가, 늙고 병든 몸 탓인가. 다행인 건 단체경기였다는 것. 그래도 바닥에 새긴 최저임금 1만원 선은 훌쩍 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모여 작은 운동회를 했다. 열기가 뜨거웠다. 마침 날도 뜨거웠다. 시끌벅적 웃음소리 듣고 한복차림 외국인 관광객이 가다 섰다. 그 길에 죽 늘어선 농성 천막을 기웃거렸다. 조끼 차림 노동자들이 그 안에서 땀을 뺐다. 천막이 광화문 곳곳에 흥했다. 천막은 흉했다. 거기 반듯한 도시 풍경을 해쳤으며 보행에 얼마간의 불편을 끼쳤다.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도 시위가 많았다. 관광객들의 셀카 배경에 오점으로 담겼다. 반듯한 물길과 말끔한 도시경관 만드느라 땅 파고, 농성장 밀어 버리던 시절을 지내온 사람들은 지금이 낯설다. 누구나가 힘찬 도약을 응원하는데, 맘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저기 망가진 몸 탓일 테다. 펄쩍 뛰는 순간을 담은 사진은 역동적이지만, 사람이 예쁘게 나올 리가 없다. 차마 내보이지 못할 굴욕사진은 가만 넣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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