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 지원에 쓰여야 할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들로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운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1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재구성한 ‘금융업권별 미청구 자기앞수표 금액 잡수익 처리 현황’을 발표했다.

박선숙 의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청구된 자기앞수표 7천936억원을 잡수익으로 처리했다. 농협·수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9천312억원으로 늘어난다.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에 의해 '휴면예금'으로 구분된다. 같은 법은 은행 등 금융회사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출연해 서민금융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 휴면예금은 4천538억원으로 자체 수익으로 처리한 미청구 자기앞수표 합산액(7천396억원)의 절반을 조금 웃돌았다.

특히 은행들은 2013년 이전 한 해 800억원 이상에 달했던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이후 4년간 총 7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2012년 8월 대법원이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기앞수표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기에 원칙대로라면 출연에 쓰여야 한다.

박선숙 의원은 “은행은 금리가 없는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고 이자수익을 얻었는데도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금원을 자체 수익으로 처리하는 것은 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금융당국의 무관심으로 서민금융에 지원할 수 있었던 연간 2천억원, 총 9천300억원이 금융회사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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