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에 발맞춰 은행권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NH농협은행·IBK기업은행·한국씨티은행·신한은행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해 계열사들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환 규모는 5천200여명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은 조합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어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범농협일자리위가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영업점 창구텔러가 주를 이루는 무기계약직 3천여명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은행권 최초로 별도 직급을 신설하지 않고 직급과 채용절차를 대졸 공채와 동일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씨티은행도 최근 300여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전환 대상자 대다수가 영업점에서 일하는 창구텔러들이다. 씨티은행이 올해 안에 126개인 영업점을 25개로 줄일 예정이다. 이 경우 대다수 창구텔러들의 직무가 사라진다. 정규직 전환이 노동계가 반대하는 영업점 폐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들린다.

신한은행도 비정규직인 사무지원 인력 170여명 가운데 60~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영업점 창구텔러인 비정규직들에게 RS직군을 부여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SC제일은행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다.

노동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별도 직군을 만들어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얘기하는데, 대졸 공채 정규직과 임금·복지·승진·직무 차별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은행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고용안정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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