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 회사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권자 규모와 무관하게 선거구마다 한 명의 근로자위원만 선출하도록 돼 있는 선거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유권자수와 무관하게 선거구마다 1명 선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가입해 있는 정보통신산업노조 SK지부(지부장 김상범)는 3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28일 진행된 SK 경영협의회(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 재선거와 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지부에는 SK그룹 본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SK 근로자위원 선거는 10개 선거구마다 한 명씩 근로자위원을 선출한다. 문제는 선거구마다 유권자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선거구는 989명이나 되고, 가장 적은 곳은 42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가 700여명인 선거구에 출마했던 김상범 지부장은 318표를 얻고도 상대 후보보다 9표가 적어 낙선했다. 반면 한 후보는 21표만 획득하고 당선됐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조합원수와 무관하게 지부마다 한 명씩의 대의원만 선출하도록 한 KT노조 규약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조합원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조합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판결했다. 이를 고려하면 SK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규정에 문제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부는 “선거규정이 선거의 평등성과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부들이 특정후보 지원” 제보 잇따라

선거 과정에서 회사측 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지부가 이날 공개한 김상범 지부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선거 기간에 회사측 간부들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한 직원은 “김상범 후보에 대한 부적합성을 발설해 지지율을 낮춤, 현재 김상범 후보가 우세하고 있으니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을 호소,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HR이 본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실현 약속”을 간부들이 압박했다고 제보했다.<사진참조>

또 다른 직원은 “저희 팀도 팀장, 부장님들로부터 투표 지시가 있었다. 타팀 동료에게도 들어 보니 (김상범 지부장이 출마한) 제조사업부문 다른 팀들도 동일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내 게시판에는 “상대적으로 이○○ 후보에게 호의적인 본부에 투표를 독려한다. 팀장이 리더급 사원들을 통해 이○○ 후보를 찍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선거에서 김 지부장이 낙선한 것을 포함해 지부 조합원이거나 평소에 회사에 쓴소리를 했던 후보들이 모두 낙선했다. 비조합원인 한 노동자는 선거 전에 출마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다.

김상범 지부장은 “노사협의회가 가장 낮은 노동자들의 권리인데도 회사가 선거에 개입하면서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선거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부 주장에 대해 노사협의회 사무국 역할을 하면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HR팀 관계자는 “사무국은 경영협의회 실무를 지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 선거관리위원회 이아무개 위원장 역시 HR팀을 통해 “할 말이 없다”고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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