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받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에게 신입직원과 같은 입사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는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현대차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비정규직에게 입사절차 이행을 요구한 것이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 간주 이행절차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최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긴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오지환씨에 대해 "복직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2000년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한 오씨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2003년 6월 해고됐다. 2005년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뒤 2015년 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옛 파견법 적용에 따라 오씨는 원직 또는 유사업무에 복직돼야 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신규입사와 유사한 별도 입사절차를 요구했다. 오씨는 "회사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 신규채용이 아니라 원직복직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반발하며 채용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2015년 5월 배치대기 발령을 받은 오씨는 노조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원직복직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무단결근을 사유로 징계해고를 하자 충남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충남지노위는 판정문에서 "현대차가 요구한 고용이행절차는 (…) 복직절차로 적절하지 못했다"며 "부당한 인사발령을 따르지 않은 오씨의 행위를 무단결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담당한 정승균 공인노무사는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로 오씨가 정규직임을 확인받았는데도 불법파견에 대한 반성 없이 불합리한 입사절차를 요구했다"며 "적절하지 않은 복직조치 등 부당한 인사발령을 거부해도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는 판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정이 오씨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해고자 최병승씨의 부당해고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씨는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입사절차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오씨처럼 해고됐다. 부산지방노동위는 31일 최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심문회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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