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국회의장에게는 조속한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29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이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면서 노무제공 상대방인 사업주에 대해 계약상 불리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유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동관계법상 보호대상이 되지 못해 사업주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해지, 보수 미지급, 계약 없는 노무제공 강요 등 불이익한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일부 직종 외에는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인권위는 “세계인권선언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 보호를 위해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가입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국제노동기구(ILO)도 결사의 자유 협약(87호)·단체교섭권 협약(98호)에 기초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해 스스로 경제·사회적 지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조속히 입법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국회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인권위는 2007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제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인권위 권고 이행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정애 의원은 공식입장을 내고 “6월 임시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40개 직종 220만명
노조 결성·가입해도 사업주·행정관청에서 거부당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2월 현재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규모를 9개 직종 48만3천935천명으로 집계했다. 공단에 의하면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보험모집인(34만305명) △레미콘기사(1만2천370명) △학습지교사(6만1천130명) △골프장캐디(2만8천159명) △택배기사(1만1천252명) △퀵서비스기사(4천200명) △대출모집인(7천964명) △신용카드모집인(1만8천544명) △대리운전기사(11명)다.<표 참조>

전체 규모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기관별 실태조사를 종합하면 40개 직종 110만~220만명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0년 115만명, 고용노동부는 2011년 40개 직종 128만명,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220만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인권위는 “1990년대 이후 교육·운송·판매 등 일부 서비스업무 직종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출현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40여개 직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업무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2007년 여성노조 골프장캐디 조합원 제명 및 출장유보 사건과 2011년 학습지노조 조합원 계약해지 사건처럼 사업주들이 고용상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1989년 ○○구청이 골프장캐디들이 결성한 노조 설립신고를 수리했다가 취소한 사건, 2009년 노동부 남부지청이 건설노조 레미콘·덤프 등 차주들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시정하라고 명령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관청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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