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가신 파란 하늘이 거짓말 같았다. 햇살이 눈부셨다. 뭉게뭉게 구름 일어나 종종 그늘을 드리웠다. 바람 선선했다. 연둣빛 작고 여리던 새잎이 어느새 가지마다 무성했다. 한해살이 초록 잎은 청년기에 들었다. 담배와 냉커피며 숙취해소 음료 따위 바코드를 무심히 찍던 편의점 알바생이 틈틈이 스마트폰을 살피느라 손님 든 줄을 몰랐다. 구석 자리 테이블에 기대어 컵라면 먹던 인터넷 설치기사가 고객과 통화하느라 나무젓가락을 허공에 휘저었다. 김밥은 뜯지 않았다. 배달대행업체 오토바이가 고가 기둥 사이 복잡한 길을 이리저리 달렸다. 툭 튀어나와 넘어질 듯 기울여 좁은 틈을 비집었다. 그 앞 큰 우체국 나선 집배원이 신호를 기다렸다. 손잡이 살살 비틀어 엔진을 다그쳤다.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가파른 계단 바삐 오르던 노인이 봇짐 내려두고 한숨을 뱉었다. 지하철 길은 땅 위로 한참 높았다. 파마머리 청소노동자가 창문의 얼룩을 부지런히 닦았다. 거짓말 같은 파란 하늘이 창에 비쳤다. 거짓말 같은 기억이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 유리에 선명했다. 노란색 메모지가 새로 붙었다. 잊지 않았다고, 미안하다고 거기 적었다. 새로운 열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저마다의 짐을 진 사람이 타고 내렸다. 거기 뭐가 들었을지 알 수는 없다. 주인 잃은 가방만이 지닌 것을 내보여 지난 생을 증언한다. 열차가 출발했고, 하얀색 국화 한 송이가 거기 남았다. 시들지 않았으니 오늘 또 새로운 것이었다. 거짓말 같은 시간이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아직 너는 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