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최규선 썬코어 회장을 기업사냥꾼으로 지목하며 경영권 박탈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시민단체가 최씨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들 간 사기공모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썬코어노조(위원장 김주훈)는 한국노총·금속노련·약탈경제반대행동과 함께 25일 오전 서울 용산 주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규선과 알 왈리드 왕자 등 사우디 왕자들과의 관계를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최씨는 2015년 베어링 제조업체인 썬코어와 방위산업체인 도담시스템스, 2016년 철강 압연용 롤을 만드는 썬테크놀로지스를 연달아 인수한 뒤 '중동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알 왈리드 왕자와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200층 높이 킹덤타워를 짓고, 530만제곱미터(160만6천여평) 규모의 킹덤시티를 건설하는 '제다 프로젝트'에 썬코어와 썬텍이 공동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제다 프로젝트 참여와 함께 알 왈리드 왕자의 외아들이며 후계자인 칼리드 빈 알 왈리드가 썬코어의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중동신사업과 사우디의 투자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애초 지난해 말까지 예정됐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다, 투자자가 두 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주훈 위원장은 "처음에는 제3자 배정 대상자가 칼리드 빈 알 왈리드에서 또 다른 왕자 압둘라로 바뀌었다가 카림 이타니 제다이코노미컴퍼니 마케팅이사로 변경되는 등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430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있는 최규선이 형량을 경감받기 위해 사우디 왕실과의 합작투자로 국가산업에 이바지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사우디 합작사업과 투자가 거짓일 경우 소액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이날 대사관측에 "알 왈리드 왕자가 썬코어와 합작사업을 실제 진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최규선이 사우디 왕자들을 언급하며 귀국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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