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노동자 84%가 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며 일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주일에 하루, 1년 중 70일을 이렇게 일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상황에 놓인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바꾸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자의미래와 게임개발자연대·정의당 IT노동상담센터는 25일 이 같은 내용의 '2017 게임산업종사자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월부터 4월까지 온라인으로 621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노동자 84.2%가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다. 이들은 1년 중 평균 70일을 밤낮없이 일했다. 1년 평균 영업일 25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주일에 하루 이상 야근이나 밤샘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정신불안을 호소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5.5%나 됐다. 매일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3.5%,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도 2.1%로 집계됐다. 이들 중 실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16.8%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4년 실시한 직장내 우울증 조사에서 일반 직장인들이 진단받은 비율(7%)을 두 배 웃돈다.

직장내 괴롭힘과 폭력도 심각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 비율이 남성은 4명 중 1명(25.5%), 여성은 5명 중 2명(39.5%)으로 조사됐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회사에 머문 시간이 길수록, 크런치 모드 시기의 하루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우울증상·자살생각 위험이 증가한다"며 "게임산업의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막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등 예방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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