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가 2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재벌개혁법·제조업발전특별법·노조파괴금지법 입법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소액주주나 노조 대표도 이사회에 진출해 재벌 총수의 부당행위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징역형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첫발을 내디딘 문재인 정부에 법조계와 노동계가 제안한 입법과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패착을 바로잡으려면 새 정부가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재벌개혁을 수차례 강조했다. 양대 노총 재벌개혁연맹(노조) 연석회외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재벌개혁 TF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재벌개혁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가맹점주 교섭권, 법으로 보장하자"=김남근 변호사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전횡을 방지하는 것에 주목했다. 소수주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그는 “재벌그룹 자회사에 사실상 다수 지분을 확보한 모회사 임직원이 파견되는 식이라서 이사회가 재벌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며 “소수주주나 노동자 대표가 1명이라도 이사회에 진출해 재벌 총수를 위한 불법·부당행위를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주총회에서 주당 선임되는 이사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해당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소상공인 보호도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지난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미스터 피자가 예로 제시됐다. 각종 가맹 사업주·종사자가 전국 7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김 변호사는 “미스터 피자가 가맹점주들의 반발로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노사 단체협약과는 달리 현행법상 안 지키면 그만이라서 문제”라며 “새 정부 공정거래위원회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업종별 모범 상생협약을 발표하고 준수를 유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 개정을 통해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교섭권을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항목에서 제외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당노동행위 하면 징역형"=노동권 강화가 곧 재벌개혁이라는 주장도 관심을 끌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5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1천736개다. 이들의 ‘노조할 권리’가 보장돼야 원청·모회사에 집중된 이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탁선호 변호사는 “재벌 지배구조에 의해 확산하는 임금격차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사관계 측면에서 산별 또는 초기업 단위교섭을 제도화하고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2010년 대법원이 원청회사도 지배적 지위에 있을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대상인 사용자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현재 노동행정기관들은 이를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부당노동행위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사안으로 △노조 간 차별행위 포함 △긴급구제 결정제도 도입 △징역형으로 처벌 단일화를 제기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묵인과 사후약방문 식 대응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한다”며 “삼성 같은 대그룹이 무노조 정책을 포함해 헌법에 위배되는 정책을 공공연하게 취하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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