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해 직선제를 발의했던 활동가조직의 대표. 2017년 4월29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10주년에 생각나는 활동가. 개량적 노조운동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운동가. 지역운동 선봉에서 전국적 실천을 지향했던 노동운동가 이경수.

이경수는 1989년 세원운수라는 택시회사에 들어가 93년 노조위원장, 98년 민주택시연맹 충남본부장으로 활동했다. 2002년부터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을 맡아 연임했다. 2004년 민주노총 집행부가 간선제하에서 위원장부터 부위원장까지 몽땅 이름하여 ‘국민파’가 당선됐다.

관성적인 총파업을 지양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그룹의 독식구조는 간선제를 통해 가능했다. 사회적 합의주의가 노동운동의 유일노선으로 채택돼야 하는 것처럼 주장되고 이를 비판하는 격론이 이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며 현장에 대기주의와 대리주의가 존재하고, 대의원 다수를 안정적으로 장악한 그룹의 노선으로서 사회적 합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이에 맞서 현장 중심의 노동운동 원칙과 과거 뼈아픈 조직적 경험칙에 근거해 가장 강력한 비판을 제기한 활동가 중 한 명이 이경수 본부장이었다. 논란이 계속되던 중 2005년 10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수뢰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다니기 어려울 지경이라는 호소가 전국 곳곳에서 제기됐다. 집행부는 공동의 책임을 거부하다 결국 총사퇴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은 참담할 지경으로 급전직하했다. 민주노총의 '혁신'만이 민주노조운동을 살릴 수 있다는 반성적 결론이 형성됐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주요 과제들이 검토됐다. 그중 위원장 선거를 중층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꿔 조합원에 의한 선출과 소통·소환 가능성을 열자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이경수는 2005년 당시 '비정규직 철폐 현장투쟁단' 단장을 맡았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해 직선제를 주장하고 논의를 주도했다. 2006년에는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를 승계한 전국활동가조직(준)과 2007년 창립한 노동전선 대표로 활동했다. 필자도 선출직 운영위원을 맡았다. 당시 동맥경화 현상이 심한 대중조직의 혁신을 위해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필자는 2000년 전력노조 직선제 쟁취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공공연맹 위원장 선거에서 직선제를 주창한 바 있다. 민주노총 직선제까지 노조 민주화와 혁신의 기제 중 주요한 부분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을 이어 갔다. 민주노총 위상이 심각하게 추락하고 혁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상황에서 직선제는 검토 대상을 넘어 결단의 문제가 됐다. 조직 전반에 조합원 직접 선출과 소환이 가능한 위원장 직선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다만 민주노총 주요 회의구조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토론이 전개됐다.

2006년과 2007년 연이어 진행된 두 번의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는 민주노총 혁신문제가 강력한 화두였다. 이경수는 민주노총 혁신을 위해 임원선거에 사무총장으로 출마했다. 필자는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간선제하에서 대의원 소수파로 선전했으나 결과는 석패였다. 2년여에 걸친 일련의 혁신논쟁 과정에서 대의원대회까지 혁신 의지가 확산됐다.

결국 2007년 직선제 규약개정이 이뤄졌다. 개정된 직선제 규약 이행에 다시 7년이나 걸릴 정도로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와 실천은 분리됐고, 혁신은 난항을 겪었다. 혁신 문제는 매년 ‘유보 과제’로 차기에 이월됐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직선제가 유보되던 7년여의 시간 동안 직선제 발의 대의원이었던 필자의 인내와 고통의 시간도 길어졌다.

2008년까지 노동전선 대표를 맡았던 이경수는 사회주의 정당 건설 목표를 세우고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사노위 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분당과 해산 과정에 있었다. 사회주의 정당 건설 논의도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당 건설 흐름은 변혁모임을 거쳐 현재의 변혁당으로 이어졌다. 최근 이경수는 충남 아산에서 지역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 시기 노동운동 방향과 관련해 그는 “박근혜 정권이 워낙 엉망이어서 일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상식적 운용 수준에 대해 대단히 높은 지지가 있지만 지나친 환상이나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 정권에서 노동운동이 대기주의와 대리주의에 경도되는 것을 우려한다. 특히 노선에 대해서는 폭넓은 토론이 선행된 후 결정해야 한다는 고언을 아끼지 않는다.

민주노조운동 혁신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헌신한 이경수.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일대 혁신과 노동자가 계급적·자주적으로 쟁취하는 요구와 실천으로 노동자 세상을 향해 전진하자는 이경수. 그의 꿈과 실천을 변함없이 응원한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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