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이 23일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약서 강요와 취업률 게시 등 현장실습 관련 문제를 인권위에 진정하기에 앞서 서약서에 거부 딱지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특성화고·마이스터고가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습 중 사고가 나도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약서 양식을 교육청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교내에 취업률 현황을 게시하고, 취업 학생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책회의는 3주간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례를 제보받았다. 일부 학교는 교실·교무실에 취업률표를 게시하고, 교문에 조기 취업한 학생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 성동구 S공고는 교내 휴게공간에 조기 취업한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을 게시했다. 인천 중구 J여상은 학교 인근 도로변에 현수막을 걸어 취업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과 학부모에게 서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서약서에는 "교칙과 파견근무하는 회사의 사규를 엄수한다"거나 "실습 중 본인 과실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해 학교측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근무 중 무단이탈 금지" 조항도 있었다.

대책회의는 “서약서의 ‘무단이탈 금지’ 문구는 현장실습 중 부당한 대우나 폭력·괴롭힘을 당해도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어권을 주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서약서 양식을 교육청이 제공하는데, 노동현장이나 산업체가 노동인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할 교육청이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수막 게시의 경우 취업 학생들의 신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상시로 노출돼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취업률 게시가 미취업 학생에 대한 차별을 조장해 취업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소년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검토와 의견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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