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일자리혁명의 시작! 국가일자리위원회 정책 제안을 위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은영 기자

“18년차 간호사가 ‘밥 먹을 시간이 없어 강제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요. 간호사들은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병동 간호사실에 생리하는 간호사 명단을 적어 놓고 서로 화장실 갈 시간을 체크해 주기도 합니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일자리혁명의 시작! 국가일자리위원회 정책 제안을 위한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력문제가 지적됐다.

◇주당 노동시간 되레 늘어=노조 실태조사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2010년 45.1시간에서 2015년 43.6시간으로 줄어든 반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46.4시간에서 49.8시간으로 오히려 늘었다. 올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7시간이다. 노조가 3~4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2만8천713명이 응답했다.

응답자의 72.6%가 연장근무를 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보상을 일부(29.3%)만 받거나 보상을 받지 못한 것(56.2%)으로 확인됐다. 나영명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병원사업장은 인력부족과 업무량 증가, 노동강도 강화로 시간외근무가 많다”며 “출퇴근시간을 비교조사했더니 주간근무는 평균 9.8시간, 저녁근무는 9.1시간, 밤근무는 10.9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출산과 육아휴직 사용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육아휴직 사용 여부에 대해 24.5%가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인력이 부족한데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없어서”(21.1%), “병원 분위기상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어서(인사상 불이익·배치전환 등)”(18.7%), “해당 시기에 육아휴직 제도가 없어서”(21.9%)라는 답변이 나왔다.

임신 결정의 자율성을 묻는 질문에 “자율성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30.3%였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로 가장 높았다.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많아서”(19.1%), “부서 분위기상 자유롭지 않아서”(12.8%), “추가로 인력채용을 하지 않아서”(11.8%)라는 응답이 뒤를 따랐다. 응답자의 40.1%가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강도 탓에 이직을 고민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 시급"=인력부족은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됐다. 응답자의 77%가 부서 내 인력부족을 지적했고, 70.4%는 “인력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나영명 실장은 보건의료 노동자 노동실태 개선을 위해 인력확충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건의료 인력문제를 더 이상 병원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가일자리위원회 보건의료분과 설치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확대를 통해 노동조건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지정토론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불규칙한 근무형태와 밤근무를 이유로 이직을 선택하는 실정”이라며 “보건의료산업의 경우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생애주기에 맞춘 전일제·시간제·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나,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이라는 전제하에 정책적·제도적으로 풀어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정춘숙·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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