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1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서동희 한국민주제약노조 박스터지부장. 한국민주제약노조 박스터지부
미국계 글로벌 헬스케어 회사 ㈜박스터코리아(대표 최용범)의 찍어퇴직·강제퇴직이 점입가경이다. 이달 말까지 권고사직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회유·압박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몰래 퇴직금 추가 지급을 제안했다가 기업노조가 사실을 확인하자 "못 주겠다"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찍퇴·강퇴를 막는 희망퇴직남용방지법을 제정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 중장년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제약회사가 새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국민주제약노조 박스터지부(지부장 서동희)에 따르면 22일 현재 회사가 권고사직 대상자로 정한 7명 중 4명이 동의서를 썼다. 권고사직에 동의한 이들은 이달 말이면 근로계약이 끝난다. 회사는 동의서를 쓰지 않은 직원 3명에게 지속적으로 사직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명 중 1명은 영업직원이고, 2명은 세일즈 어드민(영업지원직)이다. 박스터 4개 지역(대전·대구·광주·부산) 지방사무소에는 영업업무를 지원하는 내근직인 세일즈 어드민이 각각 1명씩 있다.

박스터는 세일즈 어드민 4명 중 2명을 권고사직 대상자로 정했다. 지부는 "회사가 권고사직 대상자들에게 '퇴사 후 파견직 2년, 계약직 2년'으로 다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2명이 안 나가면 지역 매출 순으로 내보내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즈 어드민 4명 모두 여성이고, 이 중 1명은 임산부다.

최근에는 한 임원이 이들을 면담하면서 비공개를 전제로 "빨리 결정하면 (퇴직금으로) 2개월치를 더 주고, 4년(파견직 2년+계약직 2년) 동안 월급인상률에 3%씩 더해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스터는 당초 '근속연수+9개월분'의 보상금을 제시했는데, 업체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이달 말까지 권고사직 인력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완강하게 거부의사를 밝히던 세일즈 어드민에게만 추가 보상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보상 약속은 한 세일즈 어드민이 사직을 결정하면서 기업노조에 알려졌다. 기업노조가 이를 확인하자 해당 임원은 "노조에 알리지 않는 조건인데, 알렸으니 못 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서동희 지부장은 "임신 중인 직원에게까지 사직을 강요하는 것도 모자라 노조에 알렸다는 이유로 약속한 추가 보상금을 못 주겠다고 모르쇠하는 못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지부장은 "세일즈 어드민을 퇴사시킨 후 다시 파견직·계약직으로 채용해 같은 업무를 시키겠다는 것은 조직개편이 아니라 글로벌 본사가 할당한 정리해고 숫자 채우기라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며 "한국의 노동관계법령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찍퇴·강퇴를 자행하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비도덕적 행위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지부는 18~1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대사관 앞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조만간 성남 판교 최용범 대표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다.

박스터코리아 관계자는 "권고사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당 임직원만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공식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박스터에는 기업노조인 박스터코리아노조와 한국민주제약노조 박스터지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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