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치러진 대선을 보면서 우리나라 노동조합 위원장의 임기가 연상된다.

올해 2월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 위원장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투표 결과 찬성이 30.9%에 그쳐 부결됐다. 위원장 임기연장 안건은 그동안 금속노조에서 위원장 임기를 금기어처럼 여겼던 조직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위원장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장 노동조합 간부들 사이에 진작부터 여론이 형성돼 있었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의 문제였다. 임기연장을 제안하면 '집권을 연장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직 내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참에 노동조합 임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 다수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임기가 2년인 사업장도 여전히 많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를 통해 역사적인 흐름을 보면 1990년 조사에서 3년 임기가 78.6%, 2년 임기가 15.6%였다. 96년 조사에서는 3년 임기 73%, 2년 임기 22.1%였다.

지난해 필자가 산별노조를 대상으로 위원장 임기를 조사한 결과 3년 임기가 68.3%, 2년 임기가 30% 수준이었다. 수집된 노조수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2년을 유지하고 있는 노조가 여전히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원장 임기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민주노총 소속 대규모 사업장에서 위원장 임기가 3년인 사업장(54.5%)이 임기 2년 사업장보다 많았다. 최대 조합원을 가진 공공운수노조의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사무금융노조와 보건의료노조도 위원장 임기가 3년이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위원장 임기는 대체로 3년과 4년이 많다.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3년마다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IG Metal) 위원장 임기는 4년이다. 사업장평의회 의장 임기도 4년인데, 사업조직법(Betriebsverfassungsgesetz) 13조에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 노조위원장 임기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7조와 23조다. 17조는 대의원 임기를 규정하고, 23조는 위원장 임기를 규정한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위원장이나 대의원 임기는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노조위원장 임기 2년을 유지하는 사업장이 있고, 심지어 대의원 임기가 1년인 사업장도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의원 임기를 1년으로 법에 명시한 것은 전두환 군사정부였다. 전두환 정부는 80년 12월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현재의 위원장과 대의원의 임기를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위원장은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고, 대의원은 차기 정기대의원대회일 전까지 대의원을 선출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매년 대의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97년 노조법이 개정될 때 대의원 임기 조항도 위원장과 동일하게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개정했다. 따라서 대의원 임기도 최장 3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업장에서 대의원선거를 매년 치른다.

위원장 임기가 짧을수록 노조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본다. 임기 2년은 노조의 정책적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위원장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노조 교섭력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87년 이후 30년의 노동조합 활동은 비교적으로 제도적 안정화를 이뤘다. 이럴수록 노조에 필요한 것은 주체의 정책역량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조합 간부의 정책역량을 키우는 방법으로 노동조합 임기를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노동조합 간부의 재생산과도 연결된다. 대의원의 임기도 현재 1년보다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도가 안정될수록 행위 주체자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노사관계 이론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행위자의 전략적 선택은 행위자의 역량수준이나 정보력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위원장 임기를 짧게 하는 것이 노조 민주화에 기여한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집행부 임기를 안정화해서 인적자원의 정책역량을 개발하고 훈련을 통해 노조 교섭력을 키우는 것이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길이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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