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전문가들이 비정규직 보호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단축, 노동 3권 보장 같은 노동정책 개선을 새 정부 초기에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법학회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회보장법학회·서울대노동법연구회·서울대사회보장법학회와 함께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새 정부의 노동정책 개선과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노동법학회 회원인 전·현직 노동법 전공교수 38명이 참여했다.

“지난 4년 허송세월, 조속히 개선해야”

학회는 설문 참여자들에게 13개의 노동정책 우선과제 중 새 정부가 해야 할 일 다섯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비정규직 보호법 개선 및 정비’가 86.8%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2위는 ‘실근로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제 정비’(81.6%)였다. ‘최저임금 현실화와 법·제도 개선’과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노동관계법 정비’는 각각 73.7%로 공동 3위에 올랐다. 5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입법 제정’(60.5%)이었다.

학회는 회원들에게 13개 노동정책을 예시하고 개선 속도를 얼마나 빨리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9개 항목에서 “새 정부 초기에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노동법학자들은 비정규직 보호(81.6%)를 포함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68.4%) △최저임금 제도개선(71.0%) △실근로시간 단축(73.7%) △취업규칙 제도개선(63.2%) △노동 3권 실질적 보장(63.2%) △산업안전법제 정비(68.4%) △고용노동부 개편(47.4%)에서 속도전을 주문했다.

근로감독 제도개편은 “새 정부 초기에 조속히 해야 한다”는 답변과 “장기적으로 천천히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50%를 차지했다. 기업 내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과 노동법원 설치, 새로운 고용환경에 맞는 직업안정법 개정, 노동위원회제도 개선에서는 "장기적인 개선"을 선택한 대답이 많았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설문에 제시된 노동정책 개선 과제들은 벌써 이뤄졌어야 할 것들"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4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도 교수는 “노동법학자들이 과제를 빨리 정리하고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사용 제한, 내년 최저임금 1만원”

학회 회원들은 비정규직 법제 개선의 기본방향으로 ‘비정규직 사용 제한’(54.1%)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기간제 노동자 보호에 대해서는 ‘사용사유 제한의 도입’(75%)이, 파견노동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사용사유와 기간의 축소’(44%)가 가장 많았다. 1주 최대 근로시간(휴일근로 포함)에서는 89.5%의 학자들이 52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지지했다.

노동법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을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도 관심을 끈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수준으로 '1만원'이 39.3%로 1위를 차지했다. '8천원'은 24.2%로 뒤를 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려면 올해(6천470원)보다 54.6%, 8천원이 되려면 23.6%를 인상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주권선대위 일자리위원회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2022년으로 수정하는 것을 검토한 것과 대비된다.

도재형 교수는 “구체적인 금액이나 달성시기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소득 향상과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노동법학자들은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정책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 제한’(48.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노동 3권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지목한 것이다. 특수고용직 보호와 관련해서는 ‘사회보험법 적용, 노동 3권 보장,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이 노동법학자 51.4%의 지지를 받았다. 근로감독제도 개선방안으로는 ‘근로감독청 신설을 통한 독립성 확보’(50%), 노동부 개편방향으로는 '노동복지부 신설'(73.5%)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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