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3-29 다른 그림 찾기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다른 그림 찾기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7.05.19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이른 아침상에 조각 케이크가 올랐다. 초 꽂느라 신난 아이는 저도 다 안다는 듯 성냥을 아빠에게 양보했다. 애써 끓인 미역국은 먹지 않겠다고 우겼다. 계속되는 야근에 아침잠이 간절했던 엄마는 허탈했다. 4년 전 일이라며 페이스북이 끄집어 낸 사진 속에 눈도 못 뜬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 5월18일이었다. 예정일이 5월16일이었는데, 아이가 늑장을 부렸다. 5·16에서 5·18을 온전한 진통 속에 보냈다. 부모는 그게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 쿠데타의 날보다는 항쟁의 날이 새 생명 탄생을 기념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무럭무럭 자라 아이는 오늘 사람 꼴을 제법 갖췄다. 노래도 곧잘 부른다. 애창곡은 이게 나라냐다. 지난 촛불광장의 행진곡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던 또 다른 노래도 목록에 든다. 아빠는 함께 부르며 광장의 기억을 곱씹었다. 오늘 새삼 달라진 것들을 꼽아 본다. 아이의 생일날, 오래된 행진곡이 묘역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오늘 일이라며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퍼 나르는 사진 속에서 눈 벌건 대통령이 생일날 아빠를 잃은 유가족을 안았다. 이제 겨우 광주만큼을 살아 낸 아빠는 딸아이 생일날 눈이 자꾸 붉었다. 묵은 사진을 꺼내 살폈다. 유가족이 정부 행사에 발길 돌렸던 9년 전 광주의 기억을 곱씹었다. 뛰놀다 하품하던 아이가 엄마 따라 절을 했는데 아차, 방향이 달랐다. 망월동 이용석 노동열사 묘 앞이다. 오늘 달라야 할 것들을 꼽아 본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이른 아침상에 조각 케이크가 올랐다. 초 꽂느라 신난 아이는 저도 다 안다는 듯 성냥을 아빠에게 양보했다. 애써 끓인 미역국은 먹지 않겠다고 우겼다. 계속되는 야근에 아침잠이 간절했던 엄마는 허탈했다. 4년 전 일이라며 페이스북이 끄집어 낸 사진 속에 눈도 못 뜬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 5월18일이었다. 예정일이 5월16일이었는데, 아이가 늑장을 부렸다. 5·16에서 5·18을 온전한 진통 속에 보냈다. 부모는 그게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 쿠데타의 날보다는 항쟁의 날이 새 생명 탄생을 기념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무럭무럭 자라 아이는 오늘 사람 꼴을 제법 갖췄다. 노래도 곧잘 부른다. 애창곡은 이게 나라냐다. 지난 촛불광장의 행진곡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던 또 다른 노래도 목록에 든다. 아빠는 함께 부르며 광장의 기억을 곱씹었다. 오늘 새삼 달라진 것들을 꼽아 본다. 아이의 생일날, 오래된 행진곡이 묘역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오늘 일이라며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퍼 나르는 사진 속에서 눈 벌건 대통령이 생일날 아빠를 잃은 유가족을 안았다. 이제 겨우 광주만큼을 살아 낸 아빠는 딸아이 생일날 눈이 자꾸 붉었다. 묵은 사진을 꺼내 살폈다. 유가족이 정부 행사에 발길 돌렸던 9년 전 광주의 기억을 곱씹었다. 뛰놀다 하품하던 아이가 엄마 따라 절을 했는데 아차, 방향이 달랐다. 망월동 이용석 노동열사 묘 앞이다. 오늘 달라야 할 것들을 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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