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상에 조각 케이크가 올랐다. 초 꽂느라 신난 아이는 저도 다 안다는 듯 성냥을 아빠에게 양보했다. 애써 끓인 미역국은 먹지 않겠다고 우겼다. 계속되는 야근에 아침잠이 간절했던 엄마는 허탈했다. 4년 전 일이라며 페이스북이 끄집어 낸 사진 속에 눈도 못 뜬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 5월18일이었다. 예정일이 5월16일이었는데, 아이가 늑장을 부렸다. 5·16에서 5·18을 온전한 진통 속에 보냈다. 부모는 그게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 쿠데타의 날보다는 항쟁의 날이 새 생명 탄생을 기념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무럭무럭 자라 아이는 오늘 사람 꼴을 제법 갖췄다. 노래도 곧잘 부른다. 애창곡은 이게 나라냐다. 지난 촛불광장의 행진곡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던 또 다른 노래도 목록에 든다. 아빠는 함께 부르며 광장의 기억을 곱씹었다. 오늘 새삼 달라진 것들을 꼽아 본다. 아이의 생일날, 오래된 행진곡이 묘역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오늘 일이라며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퍼 나르는 사진 속에서 눈 벌건 대통령이 생일날 아빠를 잃은 유가족을 안았다. 이제 겨우 광주만큼을 살아 낸 아빠는 딸아이 생일날 눈이 자꾸 붉었다. 묵은 사진을 꺼내 살폈다. 유가족이 정부 행사에 발길 돌렸던 9년 전 광주의 기억을 곱씹었다. 뛰놀다 하품하던 아이가 엄마 따라 절을 했는데 아차, 방향이 달랐다. 망월동 이용석 노동열사 묘 앞이다. 오늘 달라야 할 것들을 꼽아 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