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배당잔치를 하면서도 영업점 80% 폐쇄를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소매금융 소비자에 대한 책임은 방기한 채 막대한 배당금만 챙겨 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업점 폐쇄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합병시 237개 점포, 25개로 축소 앞둬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004년 씨티은행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로 10년을 지난 시점에 급격한 영업점 축소전략을 펴고 있다. 2004년 씨티은행은 옛 씨티은행 점포 12곳과 옛 한미은행 영업점을 합해 총 237개 사업소로 합병은행을 출범시켰다. 이후 10년 동안 사업장수는 40여개 감소한 190여개가 됐다. 2014년 4월에는 이 중 30%를 축소하면서 126개로 줄었다.

최근 씨티은행은 올해 말까지 영업점을 25개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했다. 또다시 3년 만에 80%의 영업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회사의 계획이 이행될 경우 합병은행 출범 당시 영업점 90%가 사라지게 된다.

씨티은행은 영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6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에 무려 87.4%가 증가한 수치다.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영업점 폐쇄에 나선 것은 사실상 ‘먹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씨티은행은 미국 씨티그룹이 9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은행이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54.02%다. 6대 시중은행의 평균 배당성향(32.03%) 보다 월등히 높다.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폐쇄한다는 영업점들이 연간 2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없앨 명분이 없다”며 “조합원들과 고객 불편을 초래하고 은행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을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 "점포 유지" 요구 끝내 묵살돼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씨티은행지부는 이날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방식은 태업이다. 정시 출퇴근과 각종 보고서 제출 거부, 영업점 통폐합을 위해 진행하는 행내 공모·면접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마지막 쟁의조정회의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씨티은행 노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중앙노동위에서 3차례 조정회의와 일주일에 1~2회 별도 노사교섭을 했다.

은행은 고객 거래 중 95% 이상이 비대면채널에서 일어나는 만큼 영업점을 줄이고, 자산관리 중심으로 영업환경을 바꾸겠다며 영업점을 101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부는 대폭적인 규모의 영업점 축소가 고용과 고객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매금융을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지부는 교섭이 이어지는 동안 최소 100개 이상의 영업점 유지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부는 “3차 조정회의에 이르는 동안 사측이 101개 폐점 예정 영업점 중 1개만 추가로 살려 두고 나머지는 예정대로 폐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교섭에서 점포폐쇄는 경영권에 속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만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측은 “노조가 쟁의행위에 나선 것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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