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깨진안전모 ②흉기 ③ 다친 사람. 건설노조

이달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하남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10여명이 건설노조 조합원 4명을 쇠지레(빠루)·2미터 길이의 파이프 인코너 등 건설자재로 집단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자재 문제로 벌어진 시비가 조합원이 쓰고 있던 안전모가 깨질 정도의 심각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외국인 노동자들은 도망간 상태였다. 작업일지에 적힌 이름을 제외하고는 연락처나 거주지 같은 기본적인 인적사항이 없었다. 그나마 적혀 있는 몇 개의 휴대전화 번호는 모두 대포폰이었다. 도망친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는 답보상태다.

노조는 15일 오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대문경찰청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폭행사건이 비일비재한데 그 배경에는 전문건설사들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있다"며 "건설사들이 불법하도급업자를 통해 외국인력을 불법고용해 저임금·장시간·중노동을 강요하면서 인력관리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유령 인력'들을 싼값에 데려와 현장에 투입하기에 급급한 건설사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현행법상 발주처에서 원청, 하청까지의 도급이 정상이다. 원청에서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사들은 건설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문건설사들이 오야지 등 하도급업자를 통해 외국인력을 고용해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게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조를 조직해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하는 내국인력보다 '시끄럽지 않은' 불법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게 업체 입장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영철 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불법하도급과 강제도급 구조를 끊지 않으면 건설현장에서 불법·비리·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력을 불법적으로 고용해 노예 같은 무권리 상태에서 중노동을 시키는 불법행위가 건설현장에서 사라지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노동청에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관리·감독과 광주 폭행사건의 철저한 수사, 관련자 엄벌을 촉구했다. 새 정부에는 건설현장 내국인 기능인력 고용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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