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9 토 08:00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노동법
['파업하면 직위해제' 관행 바뀔까] 대전고법 "코레일 인사권 남용, 조합원 정신적 피해"“위자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라” 판결 … 부당징계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요구
철도노조 파업 때마다 노조간부와 조합원을 직위해제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합원 1인당 30만원씩, 134명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이다. 15일 법원과 노조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동근 판사)는 최근 철도노조 조합원 134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파업 영향력 행사 목적으로 재량권 남용”

코레일은 지난 2006년 파업 당시 2천574명, 2009년 파업 때는 980명, 2013년 파업에서 8천663명을 직위해제했다. 직위해제 사유는 직무수행능력 부족과 회사 위상 손상이었다. 세 차례 직위해제 모두 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서울고법에서 각각 위법하다는 판정·판결을 받았다. 이런 법적 판단과 정반대로 코레일은 노조가 2016년 파업을 하자 노조간부 255명을 또 직위해제했다. 직위해제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 조치다. 징계와 달리 사용자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된다.

재판부는 “파업 참가자들에게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직위해제하더라도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고가 알고도 파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파업 참가자 전부를 직위해제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며 “효력이 부정될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해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직위해제 조합원 8천500명 소송 갈까

재판부는 “코레일이 직위해제 처분 직후 언론에서 직위해제된 직원이 업무수행 의사를 밝힐 경우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업무에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며 “피고가 내세운 직무수행능력 부족이라는 사유는 명목상 구실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근로자들의 파업 참가 저지와 복귀 유도가 주된 목적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측은 “파업 종료 후 직위해제 필요성이 소멸해 대상자들을 원직에 복직시켰고 직위해제에 따른 실질적 금전상 불이익이 거의 없었다”며 “직위해제 처분이 취소될 때까지 인사상 불이익도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가 모두 회복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들에게 위법한 직위해제 처분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양현 철도노조 법규국장은 “코레일은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사권을 남용해 왔다”며 “직위해제의 위법성을 알고도 파업 저지를 목적으로 인사권을 남용한 코레일의 불법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이와 같은 불법행위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013년 파업에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지만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8천500여명에 대한 손해배상을 코레일에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해 직위해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당징계 영향 줄 듯

이번 판결이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부산지하철노조 파업에서 부산교통공사는 조합원 855명을 직위해제했다. 노조가 항의하자 간부 40명을 제외한 815명의 직위해제를 취소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의 부당직위해제 구제신청을 지난달 21일 인용했다.

남원철 부산지하철노조 사무국장은 “부산지하철 사측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노조탄압 목적으로 직위해제와 부당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측의 불법적 행위를 제어하기 위한 부당징계나 부당노동행위 관련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자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