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 5년 임기를 마치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국민이 그만큼 편안한 사회로 한 단계 진전한다는 의미다. 누가 감히 반대할 수 있겠나.

그런데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상황은 실로 녹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도 부족해서 동남아시아 꼴찌로 치달은 극단의 양극화와 불공정 따위, 바꿔야 할 문제가 태산인데 문재인 정부 안팎 상황은 사면초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험난하다. 가뜩이나 여소야대인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도 그리 순탄치 않다. 골목과 장터의 반문재인 정서도 여전하다.

자칫하면 개혁은 번번이 실패하고,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 입에서 선거가 가장 쉬웠다는 탄식이 쏟아지는 암담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나라가 계속 이 꼴로 간다는 뜻일 테니까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에게도 악몽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이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을 텐데,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제안해 볼까 한다.

첫째, 문재인 정부 성공의 대전제는 세월호 참사의 온전한 해결이다.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구구절절 나열하진 않겠다. 다만 한 가지만 강조한다. 박근혜를 쫓아내고 구속시킨 지난 촛불의 심장 한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비이성적이고 비민주적인 ‘극렬’ 지지자들을 제어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그들이 문재인 후보 당선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그들이 문재인 정부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될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은 58.9%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일에 벌써부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살벌한 전쟁에서도 패배한 적장의 품위를 존중해 주는 것이 도리인데, 선거 직후 그들의 행동은 거의 뒷골목 양아치 수준이다. 가뜩이나 속상한 상대 후보와 지지자들을 위로는 못할망정 아예 난도질을 하고 있다. 정당한 요구와 비판도 무조건 적대시한다. 그들이 박사모의 쌍생아라는 항간의 평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혹시 문재인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수구보수들이 뒤섞여 들어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 혼자만의 품격으론 국민 모두를 감당할 수 없다.

셋째, 앞으로의 선거에서 다시는 사표론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선대본은 존재하지도 않은 홍준표 위협론을 내세우며 심상정 사표를 들먹였다. 선거가 끝나고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의당 당원들에게 사과했다. 우상호의 사과는 적절한 정치행위다. 그런데 우상호는 정의당 당원들의 서운함을 사과의 이유로 들었는데,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고, 다양성의 정신에 입각해 모든 신념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인간의 어떤 신념도 죽은 신념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그 누군가의 신념 변화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다양성이 살고, 소수자들의 삶이 존중된다. 그래서 사표론으로 누군가의 소신을 꺾는 행위는 현대 민주정치의 적이다. 민주주의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고, 지금도 스스로 민주와 진보를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지지자들 속에서 사표론 운운했다는 것,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의 선거에서 또다시 사표론이 나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 있다.

넷째,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와 소통을 잘하고 협치를 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금방 한계에 부딪친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믿을 것은 국민 여론밖에 없다. 국민 여론을 지렛대로 삼기 위한 최고 방편은 국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시키는 것이다. 특히 극단의 양극화와 불공정 속에서 신음하고 절망한 청년·비정규직·영세상인·장애인·하청 등 약자와 소수자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그들을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지지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한 개혁작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의지만으로는 커다란 진척이 없을 것이다. 수구보수세력의 방해를 뚫고, 또 이런저런 계급계층 갈등을 수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사회적 합의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민 여론을 통합시켜야 법제화도 가능하고 개혁을 진전시킬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국민 통합이다. 실제 북유럽이나 캐나다 퀘벡주 등의 사례를 보면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회적 합의가 국민의 인식구조를 바꿔 놓았다. 대한민국 개혁도 국민 인식구조를 바꿔 나가는 과정이 없으면 힘을 얻을 수 없다.

다섯째, 문재인 대통령은 신중한 사람이라 그러지 않을 것이라 보는데, 그래도 노파심에 한마디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 인사의 입에서 '노동귀족'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안 된다. 노동조합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다. 노정관계를 파탄으로 모는, 그래서 사회적 합의도 무산시키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책으로 얘기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한다.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