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가 은행측이 노조 통합과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책임을 물었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 12일 KEB하나은행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지부는 고소장을 통해 회사가 지난해 9월26일 옛 외환은행지부-옛 하나은행지부 통합 찬반투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투표일 3일 전 옛 하나은행 소속 A본부장이 지점장들에게 보낸 SNS 그룹채팅 메시지가 증거로 제시됐다.

메시지에는 ‘공지사항을 알립니다 -매우 중요’라는 제목이 달렸다. 이어 지점장들에게 "출근 후 전 직원 투표를 진행하고, 투표 종료 후 찬성과 반대 인원 수를 보고하라"는 지시 내용이 담겼다. 여러 조합원들이 투표 후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린 글도 증거로 첨부됐다. 조합원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부정투표는 처음 본다"거나 "조직적으로 찬성을 유도 내지 강제했다"고 썼다.

옛 하나은행지부와 옛 외환은행지부도 내부 소식지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측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지부는 당시 집행부와 사측이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에서 힘을 얻기 위해 상당수 조합원들의 반대 여론에도 통합에 앞장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달 후 실시되는 임원선거에서 당시 노조 통합을 주도했던 김아무개 전 하나은행지부 위원장과 김아무개 전 외화은행지부 위원장은 기호 2번으로 출마했다. 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이 당선될 경우 "노조통합 보로금(또는 보너스) 100%를 사측이 지급하기로 했다"는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사측이 옛 노조 집행부 출신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 되도록 노조 통합에 적극 개입하고, 후보등록 과정에서는 현 위원장측 출마자들에게 후보등록 포기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노조 전임자 발령을 미루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전임 집행부가 선거에 유리하도록 노조 통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집행부 취임이 4개월 지난 현재까지 전임자 인사발령을 내지 않은 것도 노조활동 방해를 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회사 관계자는 “투표 결과를 파악해 보라는 것을 찬성 유도 선거개입으로 와전시키고 있다”며 “통합 보로금은 금시초문이며, 전임자 발령이 늦어진 것은 이달 연휴가 많았던 탓으로 곧 발령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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