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변호사 시절에 노조파괴로 유명한 갑을오토텍 사측을 대리했다는 논란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청와대의 박형철 비서관 임명을 비판한 민주노총에 감정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형철 임명 비판한 민주노총에 비난 폭주=14일 현재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임명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에 충실한 게 무슨 죄냐" 혹은 "벌써부터 정부 흔들기냐"가 주요 골자다. 민주노총의 비판을 '새 정부 발목잡기'로 규정한 셈이다. 심지어 민주노총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논리도 팩트도 무시한 감정적 배설 수준의 비판 댓글이 상당수여서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갑을오토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새 정부에 대해서는 무조건 '노터치'하라는 주장이기 때문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노조파괴 범죄를 비호한 변호사는 반부패비서관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박형철 변호사가 반부패비서관으로 부패를 얼마나 잘 막아 낼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힘없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파괴하는 노조파괴 범죄를 비호해 온 인물을 문재인 정부의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밝혔다.

갑을오토텍 사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이 심각하게 유린된 노동운동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2014년 12월 회사가 채용한 특전사·경찰 출신 용병들이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갑을오토텍 노조탄압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가 지난해 7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용주가 구속됐는데도 갑을오토텍 노사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23년간 갑을오토텍에서 일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가 제기한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이달 4일 법원에서 기각됐는데, 피고측(회사) 변호사가 바로 박형철 비서관이다. 민주노총으로서는 타당한 우려와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노총 입장도 다르지 않다. 강훈중 교육선전홍보본부장은 "노조파괴 업체를 도와주고(변호해서) 이익을 챙겼다면 문제"라며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 배치되는 인선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차례에 걸쳐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겠다"고 노동계에 약속했다.

◇"갑을오토텍 변호가 별것 아니다? 노동기본권 인식 부족"=13일 박형철 비서관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밝힌 해명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 비서관은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가 됐던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다"고 밝혔다.

남정수 대변인은 "경영진 기소 이후에도 노조파괴 행위가 계속됐다"며 "그런데도 기소 이후 수임을 맡았고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고 자문했으니 별 문제 되지 않는다는 듯 해명한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을 향한 비난이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회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변호사로서 사건수임을 할 때 의뢰인에 충실한 게 뭐가 문제냐는 논리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노동기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박형철 비서관이 변호한 갑을오토텍은 노동 3권을 침해하는 노조파괴 행위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기본권을 부정한 반사회적·반체제적 범죄행위를 한 곳"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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