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는 국민 절반 이상이 근로·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을 합쳐 연간 2천만원도 못 버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소득자가 워낙 많아 연소득 6천만원이면 상위 10% 그룹에 속할 정도였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5월호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불평등 현황과 대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장시간 노동에 적은 고용, 저소득자 크게 늘려

홍민기 연구위원은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활용해 개인소득 분포를 분석했다. 개인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재산소득을 합친 금액이다.

2015년 기준 전체 개인소득자 2천664만명 중 38%인 1천22만명의 연소득이 1천만원 미만이었다. 연소득이 1천만~2천만원 미만인 소득자는 562만명으로 전체의 21%였다. 전체 소득자 절반(59%) 이상이 연간 2천만원 미만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연소득이 5천만원 이상인 소득자는 356만명으로 13%를 차지했다. 6천만원 이상은 263만명으로 9.8%였다.

그는 “저소득자가 전체 소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소득 5천만~6천만원인 사람이 상위 소득자 10% 안팎을 차지한다”며 “연소득 5천만원이면 4인 가구 지출액인 4천941만원을 간신히 감당할 수준이지만 소득 분포에서는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분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기준 상위 10% 집단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5%였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가는 셈이다. 1999년(32.9%)보다 15.6%포인트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미국(50.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41.6%, 영국·프랑스·스웨덴은 각각 39.1%·30.5%·30.7%였다.

홍 연구위원은 소득불평등이 확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장시간 노동과 적은 고용’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오랜 관행을 지목했다. 그는 “하위 5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은 근로빈곤층과 저소득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고용은 적게 하되 최대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기업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실업자·근로빈곤층·저소득자를 크게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특히 중국과의 무역 증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낳아 소득불평등을 확대한 원인으로 꼽혔다. 수출 대기업은 값싼 중간재를 수입하고 해외 수출·투자를 늘려 국외시장에서 많은 이윤을 얻었지만 중소기업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관계에서 놓이면서 이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시장 분배 강화, 노사 협상력 보정 필요

홍 연구위원은 시장소득 형평성 강화와 사회보험·사회보장 확대, 조세개혁을 통한 재분배 향상을 소득불평등 완화방안으로 제안했다.

그는 “시장소득 분배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협상력을 반영하므로 소득 분배를 개선하려면 협상력 차이를 보정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노사 협상범위가 기업 내로 한정되면 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없기에 산별교섭을 활성화하거나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 간 거래 측면에서는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를 규제해 격차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노동시장 차원에서 소득불평등 해소가 어렵다면 정부 정책을 통해 사후적으로 재분배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 적용대상과 혜택을 대폭 늘리고 공공부조·사회수당 같은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홍 연구위원은 “사회보험은 재분배 기능이 약한 반면 적용대상이 넓은 만큼 실업급여 확대·실업부조 도입으로 재분배 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기초노령연금·아동수당·장애인수당처럼 노동시장 밖에 있는 집단에 현금을 제공하는 사회수당은 재분배 효과는 강력하지만 재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세개혁을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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