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운영 중인 과당경쟁 근절 TFT의 활동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금융환경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당경쟁의 유인이 됐던 KPI(핵심성과지표) 제도개선을 예고한 데다 ‘실적지상주의’로 이름난 외국계 은행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조는 이달 중순 TFT 3차 회의를 연다. 노조는 지난달 12일부터 TFT를 운영 중이다. 시중·지방·특수은행 9개 지부가 참여해 은행별 과당경쟁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는 제도개선책을 찾는다.

지부별 전담 간부와 노조는 두 차례 회의를 통해 경영진이 매년 경제상장률의 3~5배에 달하는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은행별로 KPI가 다르고, 항목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과당경쟁 요인으로 지목됐다. 영업실적에 따라 사업부와 영업점별로 줄 세우기를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노조는 “요인별로 노조 차원의 견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 회의 때까지 은행별 실태조사를 한다”며 “산하 기관인 금융경제연구소와 함께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하고,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비슷한 활동에 나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KPI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은행 영업점 현장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현행 KPI가 과잉 영업과 단기실적주의를 조장해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올해부터 직원 개인에게 주어지던 목표할당제를 폐지했다. 웰스파고는 개인 실적주의의 표상처럼 여겨지던 은행이다. 국내 시중은행장들이 틈만 나면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회사다. 하지만 웰스파고는 지난해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200만개의 유령계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40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엔 노동계가 “국내 은행들이 웰스파고를 따라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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