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외국계 은행의 엇갈린 행보에 노동자들이 울고 웃고 있다. 한쪽은 이익을 내는 일선 영업점을 대폭 축소하는데, 다른 쪽은 대면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김호재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부위원장에게 경고장을 발송했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알렸다.

씨티은행은 현재 출장소를 포함해 전국 126개인 지점을 25개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매금융을 대폭 줄이고 자산관리 중심으로 영업환경을 바꾼다는 취지다.

씨티은행은 영업점 폐쇄로 인한 가용인력을 전화영업을 담당하는 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에 배치하고 자산관리(WM)센터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지부는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영업점 경력 20~30년 직원들에게 콜센터 업무를 부여할 경우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달 11일부터 주요 폐점 예정 영업점에서 1인 피켓시위를 열고, 직원·고객 인터뷰를 통해 회사 계획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부 홍보활동을 총괄하는 김호재 부위원장에 경고장이 날아온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직원들의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어 홍보활동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인력감축 우려를 표현한 것에 대해 법적대응 운운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씨티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의 최근 모습과 극명히 엇갈린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소규모 출장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면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업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구 텔러 처우개선도 검토 중이다.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관계자는 “사측에 은행 창구 텔러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로 상향하라고 요구했는데 사측도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회사가 창구 텔러의 이직을 방지하고 영업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처우개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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