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촛불이 잦아든 광화문에서 지난 14일부터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고공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노동자 장재영. 2004년 노동부가 1만여명의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임을 확인하고도,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고 현대차에 직접고용 책임이 있음을 판결하고도, 20여년간 불법을 자행한 현대차 사용자는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까지 받았다. 대신 불법을 바로잡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한 조합원들은 해고에 구속,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과 압류에 시달려 왔다.

금속노조 콜텍지회 노동자 이인근. 세계 전자기타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9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콜텍은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났다. 2007년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국내공장을 폐업했다. 2012년 대법원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봐서 합리성이 있다”며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콜트·콜텍은 지금도 정부 선정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콜트’라는 브랜드의 기타를 61개국에 수출하며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금속노조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노동자 김혜진. 2000년대 초반 노조 감시용 CCTV 설치에, 조합원 징계해고 등 노조파괴를 일삼던 사용자는 2007년 신설법인을 만들어 생산직 노동자를 전적시킨 뒤 전원을 구조조정했다. 2014년에는 구로공장 부지 매각과 공장이전을 추진하면서 분회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세종호텔노조 노동자 고진수. 2010년 1월1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적극 활용한 사용자의 제2 노조 설립 지원과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2011년 250여명이던 조합원이 현재 10여명으로 줄어든 세종호텔노조. 민주노조가 축소된 만큼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300여명의 정규직이 일하던 세종호텔은 최근 정규직 140여명과 비정규직 60여명이 일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동자 오수일. 경북 최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꼽히는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노코리아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2015년 노조를 조직하자마자 원청은 사내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다. 곧이어 사내하청업체는 폐업신고를 했다. 2016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지만, 170여명의 노동자들은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노동자 김경래. 2015년 노동부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과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고 확인하고도 자신들은 할 일이 없다며 손 놓고 있는 사이 원청이 사내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100여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났다.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은 노조를 탈퇴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한 노동자들에게만 일자리를 줬다.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은 노동부·노동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불법파견만을 인정했지만 조합원 20여명은 원청을 상대로 지금도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울산 동구 교각 위에서 이달 11일부터 고공농성 중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자 전영수와 이성호.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폐업 이후 노조활동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되지 않고 있는 이들은 노조활동 보장과 블랙리스트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시절 만들어진 노동악법의 비호를 받는 자본에게 쫓겨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버티며 투쟁해 온 노동자들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지금 고공농성 중이다. 촛불대선 주자들이 철저히 외면하는 속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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