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정권도 바꿔 봤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내 삶을 바꾸는 것에 사표란 없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렵지만 노력한 만큼 세상이 달라진다. 정의당에 표를 찍어 주면 후퇴하지 못하도록 하고 개혁의 폭을 확장시키며 노동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에게 투자해 달라.”

최근 민주노총이 심상정·김선동(민중연합당)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확정했다. 한국노총의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 결과는 27일 발표된다. 심 후보와 정의당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와 ‘친노동정부 수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정의당 정책실에서 김용신(49·사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당 정책위의장을 겸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민주노동당 의정기획실장, 진보신당 기획실장, 정의당 사무부총장에 이어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진보정당의 기획·정책통으로 통한다. 심상정 후보 대선공약 총괄책임자다.

노조할 권리 보장돼야 좋은 일자리

- 일자리·노동공약 핵심기조는 무엇인가. 심상정 후보와의 교감 수준은.

“3개 축으로 고민했다. 우선 질 좋은 일자리다. 정리해고 없고 비정규직 없는 일자리. 대한민국 첫째 과제다. 다음은 임금소득 보장이다. 최저임금 1만원, 국민월급 300만원을 공약했다. 마지막으로 노조할 권리를 제한 없이 보장하는 것이다.

다른 당과 정의당의 차이는 분명하다. 우리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심 후보가 상임대표로 취임한 때부터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팀워크를 맞춰 왔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정책을 총괄했고, 19대 대선도 함께 치르고 있다. 다른 당은 캠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 사람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정책 생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심 후보와는 충분히 토론하고 교감했다. 너무 해서 문제다(하하).”

-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표방한 심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면 일자리·노동공약 순위가 4번으로 밀렸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선순위라는 개념은 맞지 않다. 애초 선관위가 표본으로 보내온 주제순서인 정치·외교·경제 이런 식으로 병렬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빠지지 않고 정의당 주요 공약을 이해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선관위는 1개 주제당 2쪽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는데,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압축하느라 힘들었다.”

- 심 후보는 노동시간단축(50만개)·청년고용의무제(24만개)·공공부문(100만개) 등 174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100만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후보의 81만개와 유사하다. 어떤 차이가 있나.

“문 후보와 심 후보 공약에 큰 차이가 없다. 숫자의 차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공공사회서비스를 의미한다. 일부 후보는 이를 세금 나눠 먹기라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2005~2013년 공공부문 고용기준이 평균 14.1%에서 21.3%로 올라갔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 대부분 국가가 민간부문 일자리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공공부문 사회서비스를 강화해 고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3분의 1인 7.6%에 머물러 있다. 평균의 절반 수준에 도달하는 일자리가 100만개다.

문 후보는 초기 대응을 잘못해서 없는 재원을 끼워 맞추려 하다 보니 논란이 됐다. 우리는 사회복지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 등 복지증세를 재원조달 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도움

- 심 후보는 2020년까지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를 선언했다.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최저임금 1만원 △최고임금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립을 약속했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월평균 209만원이 된다. 올해 135만원과 비교하면 74만원 인상효과가 있다. 바닥을 올리면 최저임금 이하로 떨어지는 사람이 없고 위도 조금씩 올라가는 구조다. 또한 최고임금제로 고위 임원의 천장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내수가 회복되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직접적으로 중소상인을 살리는 정책이다. 다만 3~6개월은 시급인상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것이다. 원·하청 관계에서 최저임금 인상분은 원청이 부담하게 하는 하도급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리점·가맹점주 교섭단체를 만들어 본사와 직접 교섭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본사가 부담하도록 할 것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과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통해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겠다.”



김용신 본부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려면 산별교섭 의무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독재세력이 기업별교섭을 통해 노조를 약화시켜 왔다”며 “산별교섭이 확장돼야 노동과 자본이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고, 그렇게 돼야만 업종별이든 산업별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노동시간단축 공약이 현실화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년부터 주 52시간을 전면 시행하는 것은 주 68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지침을 폐기하면 되는 일이다. 굳이 국회로 가져가서 법까지 개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2022년부터 주 35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법제화 또는 인센티브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시에도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불가피한 시대적 추세다. OECD 주요 도시 평균 노동시간이 주 30시간도 안 된다. 일본도 근래 주 4일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주 4일(9시간·4일·36시간) 또는 주 5일(7시간·5일·35시간) 같이 여가를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종전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공약 허점 치밀하게 따져 봐야

- 사용사유 제한과 간접고용 규제(원청사용자성 인정), 불법파견 근절과 특수고용 노동 3권 보장 등 비정규직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10년간 숱하게 요구한 내용이다.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요새 토론회에 나가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10년 전 사용사유 제한이나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 같은 주장을 하는 곳은 국회의원 10석의 민주노동당밖에 없었다. 나머지 290명은 기간을 늘리자거나 제한조건 없이 하자고 했다. 지금은 다른 후보들도 원칙적이든 추상적이든 사용사유를 제한해 입구를 막겠다고 한다.

정부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추상적으로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 반대였다. 사용사유 제한의 적용 유형은 다양하다. 심상정 후보는 근로기준법상 계절이나 임신·출산, 프로젝트 업무 등에만 기간을 정한 노동을 사용한다고 규정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간제와 파견제,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이 없어진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아니라 기간제 노동자에 한해서만 사용사유 제한을 하고, 사내하청은 고용총량제로 분리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데 아무도 공약에서 구체적 방식을 설명하지 않는다. 노동계가 치밀하게 따져 묻고 견제해야 할 부분이다.”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만 비준해도 노조할 권리를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지 않나.

“그렇다. 우리나라는 ILO 8개 핵심협약 중 절반만 비준한 상태다. 창피하다. 수십년간 딴청만 피우고 있다. 결국은 친노동정부가 들어서야 실현할 수 있는 과제다. 현재 노조가 파업만 하면 손해배상·가압류와 직장폐쇄, 업무방해 등으로 무력화시킨다. 특수고용직은 노조 만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운동장이 너무 기울어졌다. 격투기 선수와 어린이가 일대일로 싸우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다른 후보들은 이런 문제를 잘 모르거나 비중이 낮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노조활동을 하려면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한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 사회적 대화 비전이 잘 안 보인다.

“과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4번 정도 중요한 사회적 합의를 발표했다. 두 번은 경제위기 극복, 두 번은 노동개악이었다. 2015년 9·15 합의 당시에는 일반해고(쉬운해고)를 도입하려고 노사정위를 활용했다. 당시 심 후보는 ‘팔을 비틀고 협상했다’고 표현했다.

노사정 대화는 필요하다. 그런데 의제가 명칭에 어울려야 한다. 이름을 ‘경제사회발전’이라고 붙였으면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고, 필요하다면 조세·연금까지 공공성 강화 의제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지난 60년간 재벌공화국이었다. 친기업 정책에 편중돼 있었다. 정부는 노동이 제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총도 새로운 대화틀에 함께할 수 있지 않겠나.”

- 정의당이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포함해 진보정당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정의당은 진보정치 폐허 위에 세워졌다. 정치적으로 우리를 바로 세우는 과정, 독자성을 명확히 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차기 또는 차차기 수권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 사회를 바꾸는 중심 정당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놓고 있다. 지켜봐 달라.”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