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는 최근 전문가 82명에게 노동적폐가 무엇인지 물어 그 결과를 공개했다. 다수가 ‘노동기본권 실종’을 지목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사용자 편향적 노동행정, 저임금 노동시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노동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문가들이 뽑은 노동적폐 청산과 관련해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냈는지 들여다봤다. 전문적인 검증을 위해 분야별로 전문가 좌담회를 곁들였다. 4회에 걸쳐 노동적폐 청산 공약과 좌담회 기사를 게재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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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순서]

1. 노동 3권과 노사관계

2. 고용노동부 및 노동행정 개혁

3. 비정규직 문제

4. 노동시간단축과 저임금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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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활발하게 논의되던 정부조직개편 방안은 막상 선거운동이 본격화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선 즉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집권 초기에 큰 폭의 부처 개편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아서다. 교육부 축소·해체나 중소기업부 신설 같은 핵심적인 내용만 공약에 남았다.

고용노동부 개편 방안도 마찬가지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합해 고용복지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나왔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약에는 담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노동부 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거 기간에 공약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집권하더라도 핵심부처 몇 곳을 제외하고는 최소 1년간 개편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후보들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이 노동부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심 후보는 노동복지부를 신설하고 해당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동부총리제는 심 후보의 대표공약이다. 그는 올해 1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모두가 잘사는 노동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며 “노동부총리제를 신설하고 노동부를 분리·개편해 고용청·근로감독청·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노동부총리제 도입 공약
나머지 후보는 노동부 개편방안 제시 안 해


<매일노동뉴스>가 26일 대선후보 5명의 ‘고용노동부·노동행정 개혁’ 공약을 살펴봤다. 지난달 노동문제 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8%인 31명이 ‘사용자 편향적 노동부와 노동행정’(사용자 편향 노동법·제도)을 노동적폐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후보는 어떤 공약을 내놓았을까.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근로감독 강화다. 원내 5개 정당 중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4개 정당 후보가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거나 감독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행정을 노동적폐로 꼽은 노동전문가 상당수가 “노동부의 근로감독 해태 혹은 방기”를 선정 이유로 지목했다.

이달 24일 <매일노동뉴스>가 주최한 릴레이좌담에서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노동부가 행정감독뿐만 아니라 강제수사권한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을 두고 있는데도 권한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많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기본만이라도 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는 “청과 원에 불과한 검찰청과 감사원이 때로는 한국 사회를 쥐고 흔든다”며 “부처·기관의 위상은 덩치가 크고 작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권한을 얼마나 충실히, 강력하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근로감독 강화를 공약에 반영했다. 문재인 후보는 1천200명 수준인 근로감독관을 2천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이 참여하는 노동관계 합동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초고용질서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에 대한 전방위 근로감독을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후보도 다르지 않다. 근로감독관을 2천명으로 늘리고 노동관계 합동수사처 신설을 약속했다. 노동전담 검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관심을 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근로감독관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위반·임금체불·일가정 양립과 관련해서는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산업현장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근로감독관 작업중지명령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인사·취업규칙 지침 폐기" 공감
성과연봉제는 찬반 논란


노동전문가 상당수는 “노동 관련 법·제도가 사용자 편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노동행정을 노동적폐로 본 또 하나의 이유다. 노동계 인사나 전문가들은 평소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노동문제를 둘러싼 규칙이나 상황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사용자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지침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부의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기획재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노동계는 “정부·사용자에게 유리한 일방적 행정지침”이라고 반발했다.

노동시간단축 논란과 함께 주목받는 노동부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은 잘못된 노동행정의 표본이다. 이 행정해석 때문에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이 무력화되고 주당 노동시간이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으로 늘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공정인사·취업규칙·성과연봉제·휴일근로 지침을 모두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성과연봉제에 찬성했다.

안철수 후보는 공정인사·취업규칙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성과연봉제 지침에 대해서는 무조건 폐기보다는 “노사가 합의한 곳에 한해서는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 행정해석은 근기법 개정으로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조직개편 핵심은 노동 3권 강화
“노동부 위상 강화 필요”


비정규직·취약 노동자들이 가입할 노동회의소 설립에 대해서는 대다수 후보가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노동인권·직업윤리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심 후보가 “초·중·고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또 지방정부에 상설 노동전담부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직속 청년고용촉진위원회 설치 외에는 노동행정 관련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홍 후보는 되레 “강성 귀족노조와 전교조는 암적인 존재”라며 “집권하면 손보겠다”고 말해 노동계 공적이 됐다.

후보들 공약에 아쉬운 부분은 없을까. 권두섭 변호사는 “부처 개편이든 근로감독 강화든 결국은 국민의 노동기본권,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게 핵심 과제”라며 “노동부가 경제부처에 종속되지 않도록 위상을 높여 이를 실현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동 변호사는 “노동부가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외면해 비판받고 있는데, 그런 부처를 노동부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며 “다음 정권은 노동부가 노동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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