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촛불의 힘으로 권력을 끌어내린 뒤 치러지는 19대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과거 정권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은 넘쳐나지만 새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크게 울리지 않고 있다. 노조를 만들기도 힘들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처벌받는 현실은 국제기준과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1만원과 노조할 권리 보장 등 5대 의제·10대 요구안을 발표한 민주노총이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를 보내왔다. 5회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19대 대선에서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화두가 된 것은 한국 사회 모든 선거 과정에서 처음이다. 각 후보들은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우선과제로 삼았다. 성차별의 기원이자 결과인 노동현장에서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여성노동운동 진영 또한 2017년 차기 정부의 여성노동정책 최우선 과제를 성별 임금격차 해소로 삼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하고 발표한 이래 단 한 번도 부동의 1위를 놓치지 않은 성별 임금격차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지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젠 성별 임금격차가 100대 64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은 다양하다. 교육·훈련 기회와 근속기간·경력·생산성의 격차, 다시 말해 ‘인적자본’의 차이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마미트랙'이라 일컫는 출산·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유리천장을 해명해야 한다. 성별 직종분리가 원인이라면 기업 내 의도적인 성별 직군분리와 저임금 여성집중 업종을 만들어 낸 국가와 자본의 속내를 밝혀야 한다.

이렇듯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성별 효과’다. 성별 임금격차를 페미니즘의 최대 이슈로 꼽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국제연합(UN)·국제노동기구(ILO)·국제노총(ITUC)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맹국은 이를 위한 국제기준을 준수하자고 한다. 우리도 이 정도 협약을 준수하며 적극적인 실행계획을 내면 성별 임금격차와 성차별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ILO 100호 동등임금 협약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유리벽 효과'를 초래하는 성별 직군분리에 의해 기업 내 동일노동이 해체되고 있는 만큼 동일가치노동 기준을 명확히 하고 더 나아가 여성 돌봄 서비스산업의 저임금화를 해소해야 한다.

독일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올해 7월부터 임금공시를 실시한다. 우리도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서 고용형태는 물론이고 성별 임금을 공시해 차별을 수치로 드러내야만 효과적인 대책을 모색할 수 있다. 대다수 여성이 담당하는 돌봄 서비스산업의 저임금화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성임금이 돼 버린 최저임금을 넘어 돌봄 서비스산업에 대한 임금테이블을 구성해 여성노동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ILO 111호 고용 및 직업에 있어 차별 대우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직업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노동시장 진입이 승진·이동·퇴직 전 과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별 직군분리는 성별 임금격차를 낳는다. 고용과 직업 접근에서 발생하는 차별은 기업을 넘어 전 산업에 영향을 준다.

가사노동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시장과 사회에서의 성차별을 해체하는 시급한 과제다. 111호 협약과 다르지 않은 성평등 협약이다.

대선후보 진영의 여성노동 공약은 대부분 ILO 183호 모성보호에 관한 협약에 기인한다. 후보들의 공통공약은 육아휴직기간 확대와 남성육아휴직 보장, 육아휴직급여 인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양극화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8만7천339명 중 남성은 7천616명(8.5%)이다.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육아휴직 사용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마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

출산휴가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ILO는 14주 이상 출산휴가 기준을 제시하지만 우리는 아직 90일 이상에 머물러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고용보험 미가입자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육아휴직기간 확대보다 급여 현실화를 통해 육아휴직의 성별 집중을 없애야 한다. 모든 여성노동자에 대한 출산휴가를 통해 모성의 양극화를 좁히는 것이야말로 여성노동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해법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평등이다. 우리 사회 성격차를 낳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요인이다. 여성 저임금 해소가 우리 사회 성평등과 민주주의의를 향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