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다리를 절고 정신장애가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는 강원도 소재 B씨 부부 집에서 10여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농사일을 하며 살았다. 몇 년 전 넘어져 다친 뒤에는 예전처럼 잘 움직이지 못한다. A씨가 일이 힘들어 도망가면 B씨 부부가 찾아내 폭행을 가했다. B씨 부부는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가 들어오는 통장을 관리하며 임의로 사용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당한 임금 보상 없이 10여년 농사일을 하며 폭행을 당해 온 지적장애인 A씨를 긴급구제했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는 B씨 부부가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을 관리하며 임의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보건복지부에는 재발방지를 위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날 “피해자 A씨가 아닌 제3자가 지난해 12월 제기한 진정사건을 검토한 결과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A씨 긴급구제를 결정하고 그를 인권침해 현장과 분리해 안전한 시설로 보호조치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 부부는 A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논농사·밭농사·고추하우스 4동과 가축을 돌보는 일을 시켰다. A씨가 노인정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이들은 A씨의 통장·직불카드·장애인신분증을 관리하면서 2013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직불카드로 475회에 걸쳐 1천700만원을 사용했다. 자신들의 대출금 이자·신용보증료 상환을 위해 4천800만원을 썼다.

B씨 부부는 “A씨의 통장·카드를 관리하다 돌려줬고 영양제까지 사 주며 돌봐줬다”며 “A씨가 집안일을 거들었지만 인건비를 줄 정도는 아닌 데다 몸이 불편해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인정에서 술 먹은 일로 귓방망이 또는 등을 한 대 친 적인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러나 “지적장애인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병원치료 등 도움을 줬다는 명분으로 피해자 금전과 노동을 착취하고 폭행을 한 행위가 묵인되거나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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