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8.17 목 15:32
상단여백
HOME 칼럼 김기덕의 노동과 법
촛불대선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번 대통령선거, 나는 촛불에 투표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끝까지 읽고 보니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찍겠다는 글이었다. “노동현장은 문재인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를 원한다”라는 제목만으로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기 위한 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4월17일 매일노동뉴스에서 읽었다. 심상정 후보에 투표한다는 건 한석호의 칼럼이고, 문재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건 문성현의 인터뷰였다. 한석호는 이번 대선을 만든 건 촛불이기에 “이번 선거”에서의 “기준은 촛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이든 안이든 정권교체”인 것이니 촛불 시즌1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 후 이제 “대한민국을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롭고 안전한 나라로” 재구성이라는 촛불 시즌2를 준비하기 위해서 심상정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칼럼에는 “촛불 과정에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초지일관하지 못한 채 이쪽저쪽 눈치를 봤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인터뷰한 문성현은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 친구가 많은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게 느껴진다”면서 “노동정책은 문 후보가 완벽히 이해하고 있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촛불민심을 받아 승리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촛불집회가 만든 대선에 관해서였다. 그런 촛불대선이기에 한석호는 심상정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쓰고, 문성현은 문재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촛불을 들고 있었기에 심상정과 문재인의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가. 분명히 우리는 그들을 비추기 위해서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촛불에 투표하는 것이라며, 촛불민심이라며 후보에 대한 투표를 말하고 있었다. 5월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촛불대선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2. 박근혜의 파면과 구속으로 광화문광장과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에서 촛불은 급속히 사그라졌다. 20여차례의 촛불은 박근혜의 파면과 구속을 위한 것이라는 듯이.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인 양 박근혜 없는 봄이 오자 사그라졌다. 그리고 촛불대선이다. 우리의 2017년 봄은 촛불집회를 대신하는 촛불대선이 차지해 버렸다. 촛불을 든 국민의 행동은 투표장에서 기표할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뉴스기사를 읽는 것으로 급격히 대체돼 버렸다. 한석호의 칼럼도, 문성현의 인터뷰도 촛불집회를 대신한 대선을 두고서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하고 있는 말이었다. 이 나라에서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해 온 그들이 촛불대선을 두고서 심상성 후보에, 문재인 후보에 투표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광장에서의 촛불집회가 아니라 투표장에서 표로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늘은, 주권자 국민의 직접 행동이라고 그토록 위대하다던 촛불집회가 아니라, 주권자 국민을 대신하는 최고 권력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다투어 말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한순간에 타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듯이 촛불집회에 관해서는 말이 없고 촛불대선이라며 이제는 대통령 선출이라고 달려가고 있다. 문성현과 한석호, 몇 사람을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늘 이 나라는 촛불광장에 쏟아져 나왔던 이들은 제19대 대통령선거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주권자 국민의 직접 행동을 대신할 권력을 선출하는 일에 모두가 한걸음으로 달려가고 있는 2017년 봄이다.

3. 문성현 위원장, 나는 이렇게 문성현을 부른다. 1998년부터 내가 민주노총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금속연맹)에서 법률담당을 시작으로, 법률국장·법률원장으로 상근하던 때에 그는 부위원장, 그리고 위원장이었다. 당시는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에 맞서 노동자들이 고용안정 등을 위해서 투쟁하던 때였다. 연맹 위원장으로서 총력투쟁·총파업투쟁 등을 전개했고, 그로 인해서 수배와 체포를 겪은 뒤 재판을 받았는데 변호사로서 나는 그를 접견하고 변호했다. 그 뒤 그가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에 따라 창당한 민주노동당 사업에 참여하면서 연맹을 떠나면서 더는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간혹 뉴스기사 등으로 소식을 들었던 것이 전부였다. 인터뷰 기사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노동위원회는 문성현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석행 전국노동위원장, 한국노총 의료산업연맹 위원장 출신 이수진 전국노동위원장,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등 4인이 상임공동위원장이 맡았고,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김영대 전 열린우리당 의원(전 민주노총 사무총장)·배강욱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백순환 전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본부장은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을 지낸 재선의 김경협 의원이 맡았고,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이용득 의원은 중앙선대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출신의 전·현직 위원장들이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문재인 후보 노동판 선대위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그들과 뜻, 즉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뜻을 같이하는 수천명의 전·현직 노조 활동가들이 있을 것이다. 문득 나는 ‘이 나라에서 이보다 더 큰 노동운동세력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고는 심장이 서늘해졌다. 내 가슴에 뜨겁게 타오르던 심장의 촛불이 한순간 사그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본과 권력에 맞서 왔던 수십년의 이 나라 노조운동이 문재인의 품에 안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 문재인뿐인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던 전·현직 노조간부들도 있었다. 그들도 어디선가 안철수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겠다고 그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렇다. 조합원·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쌓아 왔던 이 나라 노조운동이 문재인과 안철수 등 대선후보 품에 안긴 양 오늘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렇다고 한탄하고 있다. 한때 민주노총 등 이 나라 노동운동의 지향이었던 독자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개는 그들에게서는 찾을 수가 없다. 기껏해야 문재인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의 일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문성현은 인터뷰에서 “이 시대가 추구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 노동을 가장 잘 아는 문재인과 함께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이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변명의 말일 것이다.

4. 사실 나는 “촛불에 투표한다”는 한석호의 칼럼을 더 꼼꼼히 읽었다. “나는 묵묵하게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나의 길은 심상정이다”고 쓰고 있는 한석호는 심상정 후보와는 “전노협부터 금속연맹까지, 꼬박 15년을 오롯이 함께했”고, 특히 주 40시간 노동제투쟁을 함께했다고 쓰고 있었다. 주 40시간 노동제투쟁은 1999년부터 2000년 초까지 금속연맹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금속연맹 조합원 8천여명이 상경해서 서울시내에서 2박3일 집단 노숙투쟁까지 했었다. 당시 금속연맹 위원장이 문성현이고, 사무차장이 심상정이었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나는 서울시내 경찰서들을 돌면서 체포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을 접견하고 영장심사를 했다. 한석호는 연맹 사무처 상근간부로서 언제나처럼 열심히 투쟁을 조직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구속돼서 재판을 받던 그를 경찰서와 구치소를 방문해서 접견하고 변론했던 일을 이제 나는 간신히 기억해 낼 뿐이다. 주 40시간 노동제투쟁에서 문성현과 심상정, 그리고 한석호는 다르지 않았다.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데서 하나였다. 그런데 오늘 한석호는 문성현이 지지하는 문재인은 아니고 심상정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석호는 문성현·심상정 등과 함께 연맹을 떠나서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에 따라 민주노동당 활동에 참여했다. 칼럼에서는 그는 심상정과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당시 분당 찬성과 반대로 격하게 다퉜다고 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촛불이 만들어 낸 촛불대선이기에 “이번 대선에서 나의 길은 심상정이다” 하고 선언하고 나섰다. 한석호의 선언은 문성현을 비롯한 문재인 선대위에 참여한 전·현직 노조간부들에 대해서 하는 말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찌 됐든 한석호의 칼럼은 한석호의 것이고, 그의 바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바라는가. ‘촛불집회에 쏟아져 나왔던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촛불대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이 나라 노동자에게 심상정이 “한국 사회 재구성의 살림 밑천”이고, “촛불 시즌2의 불씨”라는 한석호의 말에 나는 솔직히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나는 촛불집회를 사그라지게 한 촛불대선이 불만이다. 문성현의 말처럼 나는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석호의 확신처럼 심상정의 높은 지지율이 촛불 시즌2의 불씨가 될 것이라도 믿지 못한다. 주권자 국민의 직접 행동이 위대한 것이라면 그걸 대체하는 권력의 선출에 마냥 열광할 수 없는 일이다. 촛불집회는 광장과 거리에서 주권자로서 직접 행동했던 국민으로 위대할 수 있었다. 촛불대선을 지나서도 주권자로서 국민의 행동이 사그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노동자권리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일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