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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노동자들이 바라는 노동정책 ③] 쓰레기통에 던져둔 ILO 국제노동기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출발점으로 삼자김경란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
   
▲ 김경란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

촛불의 힘으로 권력을 끌어내린 뒤 치러지는 19대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과거 정권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은 넘쳐나지만 새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크게 울리지 않고 있다. 노조를 만들기도 힘들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처벌받는 현실은 국제기준과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1만원과 노조할 권리 보장 등 5대 의제·10대 요구안을 발표한 민주노총이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를 보내왔다. 5회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촛불 민주주의’ 결과로 만들어진 19대 대선은 각 후보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겼다. '광장'의 요구가 '일터'의 변화로 이어지는 첩경이며, 이들의 삶의 질 상승이 곧 한국사회 변화의 출발점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매일노동뉴스> 설문조사에서 노동전문가들 또한 ‘노동 3권 실종’과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한 노동적폐로 지적했다. 한국의 노동후진국 명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경제순위 14위를 자랑하는 국가로서는 사실 창피한 일이다. 2017년 한국 비정규직 문제의 중심에는 400만명에 이르는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다. 업체 폐업과 해고로 일터를 잃고 광화문과 울산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하청 노동자들과 노조를 결성하면 강제로 계약이 해지돼 일자리를 잃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있다.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230만명에 이르는 ‘위장된 사장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사장님 줄 테니 노동자 달라”며 십수 년째 싸우고 있지만 정부와 법원, 국회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정부와 자본이 ‘세계적 기준’을 중요시하니 ‘노동권’ 기준도 국제적으로 찾아보자.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95차 총회에서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속화한 고용유연화로 비정규직이 확대되자 최소한의 국제노동기준을 노사정 합의하에 마련한 것이다. 권고안은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과 같이 위장되거나 모호한 고용관계를 판단하기 위해 판단지표를 폭넓게 해석하고,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단체교섭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 삼각고용관계인 간접고용의 노동권 보장기준을 포괄한다. 권고안이 채택된 뒤 한국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관련 분쟁에서 한국 정부는 ILO로부터 여러 차례 권고를 받았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제노동기준에 의하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는 원청 사용자를 포함하며, 단체교섭을 포함해 그에 합당한 노동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ILO는 2012년·2017년 두 차례 권고안을 채택했는데, 핵심은 ‘간접고용 노동자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방안’에 관한 것이다. ILO는 권고안에서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를 사실상 회피하는 수단으로 하청을 남용하는 원청 사용자를 규제하고, 정부가 나서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올해 3월에도 ILO는 간접고용 노동자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둘째, ILO 국제노동기준에 의하면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ILO는 2012년 ‘자기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협약 87호와 98호에 따라 단체교섭 구조를 개발하라고 권고했다.(363차 결사의 자유위원회). ILO 권고는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노동 3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ILO는 ‘국제노동기준 이행’을 위한 책임 주체로서 정부 역할을 중요시한다. ILO 권고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그 나라 고유의 법률과 관습을 검토하고 당사자인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ILO 핵심협약 87호·98호 비준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한국 정부는 ILO 권고를 무시하고 당사자인 노조와 어떠한 협의 틀도 갖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한국이 국제노동기준에 있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됐다면 과도한 주장일까.

한 달도 남지 않은 19대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앞세우고 있다. 공약에 진정성이 있다면 쓰레기통에 던져둔 ILO 국제노동기준 87호·98호 협약부터 비준하자. 이를 통해 한국 노동권 수준을 국제적으로 끌어올리고, 구시대적인 노조법 2조 개정에 앞장서는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김경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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